< 연일 가자지구 융단 폭격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교전이 엿새째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 남부 국경지대에서 가자지구를 향해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연일 가자지구 융단 폭격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교전이 엿새째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 남부 국경지대에서 가자지구를 향해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을 향해 “이스라엘 상황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국 내에 묶였다가 풀린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달러(약 8조원)를 다시 동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응이 혼란을 부추기거나 이란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확전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 배후로 이란 의심하는 美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유대인 지도자들을 만나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거나 혼란을 틈타 주변에 있는 미군을 공격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이란이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의 참전으로 이어져 중동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장관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란을 겨냥한 듯 “제3자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을 더 키우지 않아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고통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에 대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동결 해제된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60억달러와 관련해 “향후 가능한 조치를 모두 살펴보고 있으며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동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스라엘 지상전 임박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란 자산을 다시 동결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 내 압박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악과 대면한 상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제재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상원의원인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과 존 테스터(몬태나) 등은 바이든 행정부에 직접적으로 이란 자산 동결을 요구했다.

로이터는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알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아직까지 이번 사태와 이란을 연결할 수 있는 직접적인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란의 ‘공모’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명확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란 자산 처리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난항에 빠졌음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이란 자산을 재동결하면 8월 미국이 이란과 한 합의가 실수였다는 비판이 힘을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8월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5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 원유 대금 60억달러를 동결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12일 “지상전이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미국은 여기 있고,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이를 어떻게 행사하는지도 중요하다”며 “민주주의 국가들은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가 최소 25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날 시리아 국영 통신들은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북부 도시 알레포의 공항을 공습해 운항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이스라엘군은 시리아에서 이스라엘 영토로 박격포가 발사돼 대응 사격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