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단백질 공급 부족"…美 닭고기 가격 반등 [원자재 포커스]
펜데믹 이후 공급 과다로 최악의 침체기를 겪었던 전세계 닭고기 공급업체들이 턴어라운드에 나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최근 석달새 닭고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4일(현지시간)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세계 3위 시장인 브라질 그레이터 상파울루 도매시장의 냉동 닭고기는 한달새 6.26% 상승해 ㎏당 6.96브라질헤알에 거래됐다. 지난 7월 이후 반등하며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들어선 13.97% 하락한 수준이다.

세계 최대 닭고기 생산국인 미국에서도 지난 여름부터 닭고기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농무부가 집계한 최근 10년 평균 가격을 넘어서 닭고기 가격이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가 단백질 공급 부족"…美 닭고기 가격 반등 [원자재 포커스]
<자료=블룸버그,美농무부>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최악의 침체기를 겪던 미국 닭고기 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작년부터 미국에서는 닭고기 공급 업체들의 경쟁 과다로 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다. 펜데믹, 프라이드 치킨 열풍 등 다양한 요인에 힘입어 닭고기 수요가 급증해 인기 부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업계가 생산량을 크게 늘려 초과 공급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 최대 닭고기 생산업체인 타이슨 푸드가 6개 공장 폐쇄를 결정하는 등 생산업체들이 시장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사육 마릿수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사료 비용도 작년 최고치에서 하락했다. 올해 옥수수가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 수확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옥수수 선물 가격은 올들어 28% 넘게 하락했다. 대두 공급 증가로 사료 가격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펜데믹 시기 '닭고기 베팅'에 나섰던 곡물업체 카길도 이같은 회복세를 반기고 있다. 당시 미국내 3위 소고기 공급업체인 카길은 콘티넨탈 그레인사와 함께 45억 달러에 닭고기 생산업체 샌더슨 팜스를 인수했다. 닭고기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당시 카길은 15%의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거의 1년이 걸리는 동안 시장은 침체됐다. 전국 닭고기 생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공급량을 늘렸고,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맞이한 소비자들은 값비싼 육류 구매를 줄였다.

최근 닭고기 가격 반등에 대해 카길의 단백질 사업부 사장 카밧은 "내년에는 사업 환경이 올해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닭고기 사업은 닭의 수명주기가 소보다 짧기 때문에 비교적 공급균형을 맞추기가 수월하다"며 "소고기 가공시장의 침체보다 더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닭고기 업계와 마찬가지로 소고기 가공 업체들도 높은 사료비와 가뭄 등으로 공급량이 크게 줄면서 침체를 겪고 있다. 카밧 사장은 "소고기 공급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려면 3년이 더 걸릴 수 있다"며 "닭고기 시장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닭고기와 소고기 시장 모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카밧 사장은 "전 세계가 단백질 부족 상태"라며 "향후 수십 년 동안 이같은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