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킬러’로 불리는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아마존을 상대로 또다시 칼을 빼 들었다. 아마존이 독점적인 지위를 악용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피해를 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FTC가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건 올해만 네 번째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FTC는 이날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 독점을 통해 쇼핑 품질을 떨어뜨리고 판매자에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시애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FTC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정부 기구다. 이번 소송에는 17개 주가 참여했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아마존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서비스에서 경쟁자들을 배제하고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행위 과정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에서 눈에 띄게 제품을 배치해주는 대가로 판매자에게 자사 물류·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강요하고, 경쟁 사이트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상인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칸 위원장은 “아마존은 쇼핑객과 판매자가 더 나쁜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내도록 하는 방식으로 독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판매자들은 2달러당 1달러를 아마존에 지급한다”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아마존이 자산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아마존은 즉각 반박했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자폴스키 글로벌 공공정책 수석부사장은 “FTC의 제소가 사실과 법에 어긋난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 수는 줄고, 가격은 높아지고, 배송 속도는 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 출신인 칸 위원장은 빅테크 기업의 독점 문제에 비판적이다. 2017년 로스쿨 졸업논문 제목도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이었다.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도 상품 가격에만 영향이 없다면 독점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는 전통적 시각은 아마존 같은 기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아마존 주가는 전날보다 4.03% 하락 마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