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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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소득층을 제외한 계층의 초과 저축액이 2020년 3월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이 맞물린 결과다. 현금 보유량이 급격히 감소하자 소비 둔화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Fed의 가계 재정 연구를 인용해 미국 내 소득 상위 20%를 제외한 모든 계층의 초과 저축이 고갈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득 하위 80%의 경우 2020년 3월보다 올해 6월이 은행 예금 및 현금 보유량이 적었다. 초과 저축은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창궐한 시점을 웃도는 저축액을 뜻한다.

Fed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초과 저축은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리 감소했다. 연방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시행되면서 현금 보유량이 급증한 것이다. 다만 소득 상위 20%의 저축액은 2020년 3월 대비 7.7% 증가했다. 소득 하위 40%는 3년 전에 비해 저축이 8% 줄었고, 중산층은 1.4%가량 감소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은 올해 말에 미국 가계의 초과 저축이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초과 저축이 고갈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0여 년만의 최대폭으로 물가가 상승하자 Fed는 연 5%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다.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도 미국 가계는 소비 수준을 축소하지 않았다. 여행, 엔터 등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수요가 '보복 소비'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가계 순자산은 지난 4~6월 5조 5000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고치다.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며 집값이 반등한 결과다. 또 주식 시장도 올 상반기 활황세를 보이며 자산 가치가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결과는 부유층에 한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가계의 초과 저축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제 회복을 뒷받침했던 소비지출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6%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기에도 지출을 줄이지 않은 덕에 미국 경제가 반등했다는 분석이다.

다음 달 1일부터 재개되는 학자금 대출 상환도 변수로 꼽힌다. 약 4380만명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상환 재개로 인해 내년 미국 가계 잔고에서 최대 1000억달러가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됐다. 월 상환액은 평균 200~300달러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전 경기침체와 지금을 비교하면 가계 재정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다가 축소하고 있다"며 "미국의 소비여력이 점차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