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으로 미국인 소비 10% 늘었다…'바비'의 경제학
마텔사의 바비인형을 모티브로 한 할리우드 영화 '바비'가 북미 지역에서 최고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개봉 이후 29일(현지시간)까지 전 세계에서 약 3억 3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는 '바비' 영화와 함께 제휴한 100여개의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화 한 작품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의 신용 카드 지출액도 10% 이상 늘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7월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고금리에도 줄지 않는 소비의 사례로 나올 정도다.

100개 브랜드 제휴

영화 한편으로 미국인 소비 10% 늘었다…'바비'의 경제학
'바비'의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가 모세 아이새키안은 최근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50개의 브랜드 협업 사례를 올렸다. 여기엔 신발 브랜드 '알도'부터 양초 브랜드 '홈식', 패션브랜드 '갭' 등 바비와 협업한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있다. 소셜 미디어에 게시되지 않은 브랜드까지 포함하면 '바비' 콘셉트로 나온 제품은 총 100여개에 달한다.

이들 제품도 영화와 함께 흥행하고 있다. 홈식에 따르면 바비 브랜드를 달고 나온 양초의 6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지난 26일 제롬 파월 Fed의장이 FOMC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선 '바비'를 언급한 질문도 나왔다. 올해 여름 미국인들이 바비 영화를 보고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에 가는 등 상당히 삶을 즐기고 있는데 미국 경제가 연착륙이 가능한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디스인플레이션에 달성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강조했다.

실제 '바비'와 관련된 미국인들의 소비는 수치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카드 보유자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한 결과 7월 16~22일 엔터테인먼트 분야 지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2% 급증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9~15일엔 같은 부문에서 4.9% 증가했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에 대해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개봉에 부분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마텔 실적엔 아직 반영 안 돼

하지만 영화 '바비'의 흥행이 인형 바비 제조사인 마텔의 실적엔 곧바로 반영되진 않았다. 마텔은 4~6월 10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감소했지만 월가 예상치인 약 10억2000만달러를 뛰어넘었다고 최근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주당 10센트의 조정 수익을 올렸다. 1년 전보다 44%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주당 손실 3센트보다는 나은 실적이다.

미국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마텔이 영화 '바비'로 인해 인형 '바비' 판매 실적을 더 올릴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대신 100개가 넘는 브랜드와 체결한 파트너십에 따른 수익이 더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텔의 최고경영자(CEO)인 이논 크라이츠는 애널리스트들에게 "2023년 하반기에 '바비' 관련 장난감 및 제품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