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제8차 재무장관회의…추경호 "한일 금융·경제협력 공고화 상징"
한일, 제3국 공동진출·인적교류 확대…공급망 협력도 강화
한일, 통화스와프 8년만에 복원…전액 '달러 베이스' 100억弗(종합2보)
한일 통화스와프(통화 교환)가 8년 만에 복원됐다.

원화와 엔화를 주고받는 방식이 아니라, 100억달러 전액 달러화 베이스로 진행된다.

간접적인 '한미 통화스와프' 성격도 깔린 셈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오후 일본 도쿄 재무성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을 만나 '제8차 한일재무장관회의'를 하고 통화스와프 복원에 합의했다.

한일 경제수장은 통화스와프 외에도 투자·금융·조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차기 한일재무장관회의를 열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현지 브리핑에서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4천200억 달러를 넘는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이라며 "높은 대외건전성을 유지하고 있고 대외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당장의 외환부족 또는 시장불안에 대응한다는 의미보다 경제협력을 정상화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화스와프는 한일 양국의 금융·경제협력을 공고화하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한일, 통화스와프 8년만에 복원…전액 '달러 베이스' 100억弗(종합2보)
◇ 원화·엔화로 달러 주고받는다…간접적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는 100억 달러, 계약 기간은 3년이다.

8년간 끊겼던 통화스와프 라인을 되살리는데 방점이 찍혔다.

지난 2001년 20억 달러로 시작한 한일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치면서 2011년 7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이후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규모가 계속 줄었고, 마지막 남아있던 100억 달러 계약이 2015년 2월 만료되면서 8년 넘게 중단됐다.

당시의 100억 달러 규모를 준용했지만, 통화교환 방식은 달러화 베이스로 업그레이드됐다.

우리가 원화를 맡기면서 일본 측에서 보유한 달러화를 차입하고, 역으로 일본이 엔화를 맡기면 우리가 달러화를 빌려주는 구조다.

기존 통화스와프에서는 한국이 원화를 맡기면 일본 측에서 엔화와 달러를 함께 빌려오는 하이브리드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100% 달러화로 통화교환이 이뤄진다.

일본으로서도 한국에 엔화를 제공하고 한국 측 달러를 빌려오는 방식으로 엔화 약세에 대응할 수 있다.

한일 양국 모두 100억 달러의 미 달러화를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그만큼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효과도 있다.

기재부는 "유사시 상호 안전장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아세안+3' 등 역내 경제·금융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통화스와프 규모보다는 8년 만에 복원됐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의미"라며 "양국 간 금융 협력의 진전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어느 쪽이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셔틀외교가 복원된 뒤 한일 당국 간 대화가 본격화하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금융·경제협력에서 통화스와프가 상징적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답변했다.

스즈키 재무상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역내의 경제를 지지해 금융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엔화와 원화의 신인도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일, 통화스와프 8년만에 복원…전액 '달러 베이스' 100억弗(종합2보)
◇ 한일 경제수장, 공급망·북핵 대응 협력 강화
한일 재무당국은 다자·양자 부문의 다양한 공조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투자·금융·조세 협력방안 등을 담은 공동보도문도 발표했다.

양국은 한국수출입은행과 일본국제협력은행 간 업무협약(MOU) 체결을 환영하고, 주요 7개국(G7) 논의 등을 기반으로 공급망 관련 파트너십 이행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과 일본 국제협력은행은 이번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체결한 MOU에서 제3국 인프라 프로젝트 개발, 다양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두 장관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 프로그램 진전을 가능하게 하는 '확산금융'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확산 금융 방지를 위한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

확산금융(Proliferation Financing·PF)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행위를 지원하는 금융 활동을 가리킨다.

추 부총리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세계 경제와 역내 문제, 이를 바탕으로 제3국 공동진출, 공급망 리스크 대응 등 분야에서 양국이 협업하고 나아가 미래 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즈키 재무상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은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므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

계속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당국 간 인적교류와 소통도 강화한다.

2016년 이후 중단됐던 관세청장 회의를 올해 하반기 한국에서 열어 대러시아·대북 제재 이행과 전자상거래 문제를 논의하고, 국제조세에 관한 한일 세제당국 간 실무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양국 경제부처 공무원 간 유대 증진을 위해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단기 직원 교환 프로그램도 신설하기로 했다.

차기 재무장관회의는 내년 한국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