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값 올들어 21% 상승…초콜릿 가격도 오를 수도
달달구리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나쁜 소식이 들린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최근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초콜릿 등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올들어 코코아 선물 가격은 약 21% 상승했다. 현재 코코아 가격은 톤당 3200달러를 넘어서며 7년 만에 최고치 수준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농작물 질병 등으로 코코아 수확에 비상이 걸렸다.

라보뱅크에서 코코아 및 유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폴 줄스 상품 분석가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코코아 수요가 강한데 코코아 주요 생산지인 서아프리카 지역 공급이 따라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코코아기구가 발간한 4월 월간 보고서는 “2021~2022년과 비교해 2022~2023년 코코아 생산량이 줄어들며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작물 질병은 코코아 생산량 감소에 악영향을 미친다. 줄스 분석가는 ‘코코아 가지팽창병(cocoa swollen shoot virus disease )’ 피해가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이 바이러스는 곤충에 의해 전염되며 줄기가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보인다. 한번 감염되면 치료가 쉽지 않아 아예 병든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고 새 나무를 심어야 한다. 줄스는 새로 심은 나무가 최대 생산량에 도달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코아를 많이 생산하지 않는 노화된 나무가 늘어난 것도 수확량 감소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해수 온난화 현상인 엘리뇨 때문에 코코아 수확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폭우를 동반한 엘리뇨는 코코아 재배에 치명적이다. 국제코코아기구는 세계 최대 코코아 공급국인 코트디부아르에서 봄 가을께 폭우가 쏟아지고 높은 습도가 병충해와 맞물려 수확량이 급감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농업 데이터를 분석하는 그로 인텔리전스는 “엘니뇨 영향으로 주요국 코코아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는 가나, 카메룬, 나이지리아가 함께 전 세계 코코아 콩의 거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다만 코코아 가격 인상은 가난한 농부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공정무역을 표방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초콜릿 회사인 토니스초코론니(Tony’s Chocolonely)는 코코아 가격 상승을 환영하고 있다. 파스칼 발투센 토니스초코론니 운영 책임자는 “서아프리카 코코아 농부들이 생계비를 벌기에는 그동안 코코아 가격이 너무 낮았다”고 말했다.

토니스초코론니도 다른 제과업체처럼 코코아 설탕 등 원재료값이 뛰자 최근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토니스초코론니는 올해 초 미국 소매점에서 가격을 약 8% 올렸다. 2015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처음이다 .다른 초콜릿 회사들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코코아 공급 계약은 장기로 맺기 때문에 당장 구매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결국 원재료값 상승이 기업에 제품 가격 상승을 압박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