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상장지수펀드(ETF)의 운용자산(AUM)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게 되자 분산 투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서다. 저렴한 운용 보수와 투자 자산 다각화를 통해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TF 운용자산 사상 최고치 경신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전역에서 출시된 ETF의 총운용자산(AUM)은 지난 15일 기준 10조 3200억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전 최대치는 2021년 말에 기록한 10조 2600억달러였다. 종전 최고치보다 0.5%가량 증가했다.
불티나게 팔리는 ETF, 자산규모 최대치 경신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유동성이 감소했지만, ETF에 대한 투자 수요는 더 늘어났다. ETF 리서치업체인 ETFGI에 따르면 지난 48개월 연속으로 ETF에 유입된 투자금은 유출액보다 많았다. 주가가 하락해도 ETF 투자금을 인출하지 않고 더 투자했다는 얘기다.

ETF는 주요 지수보다 월등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다른 지수는 아직 이전 최고치를 경신하지 못한 상황이다. S&P500 지수는 2021년 말에 비해 7%가량 하락했고, MSCI올컨트리월드 지수는 9% 내려앉았다.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해도 ETF가 가장 빠르게 회복했다. 미국의 뮤추얼펀드의 AUM 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23조 5000억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말에 비해 12.8% 낮았다.

데보라 푸어 ETFGI 파트너는 "주식 시장이 활황인 점도 있지만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해보면 ETF가 가장 월등한 실적을 냈다"며 "ETF에 빗댈 만한 금융상품은 없다"고 강조했다,

ETF가 급성장한 배경엔 분산투자에 대한 수요가 있다. ETF는 주식, 채권 및 원자재 선물 계약 등 광범위한 상품을 한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주식 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ETF에 투자 수요가 쏠렸다.

실제로 지난 3월 '공포 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가 급상승했을 때 주식 시장에서 ETF의 비중은 40%로 치솟았다. 미국 국채 금리가 출렁일 때도 미 국채 ETF 순 유입이 증가했다.

2026년까지 18조달러 돌파 전망

전문가들은 ETF 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컨설팅업체 PwC가 글로벌 기업 경영진 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8%가 2026년까지 ETF의 AUM이 18조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7%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불티나게 팔리는 ETF, 자산규모 최대치 경신했다
지수를 추종하지 않는 액티브 ETF도 성장세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다른 펀드보다 저렴한 운용보수를 내고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 특정 산업 분야에 투자할 수 있어서다. 장기간 투자할 경우 뮤추얼 펀드보다 저렴한 운용 보수(1% 미만)를 내고 투자 자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가도 액티브 ETF 투자 비중을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블랙록에 따르면 최근 신흥국 회사채 수요는 급격히 늘었지만, 시장 내 유동성이 적은 탓에 회사채를 거래하는 거 어려운 실정이다. 대량 매도할 때 물량을 받아줄 곳이 없다는 얘기다. 또 이머징 마켓의 50개국 회사채를 개별적으로 거래하는 게 신흥국 채권 ETF보다 65배 비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디지털 주식 중개 플랫폼이 대중화하면서 신규 투자자도 계속 유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에선 ETF가 보편화됐지만, 유럽 주식시장에서 ETF의 비중은 7.8%에 불과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4.1%였다.

펀드 자금 추적업체인 EPFR의 카메론 브란트 이사는 "의심할 여지 없이 ETF는 세계 최고의 투자 수단으로 등극했다"며 "개인투자자들도 신흥국 시장에 발 빠르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