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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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해외 지점에 돈을 맡긴 고객들은 미국 금융당국의 예금 전액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SVB가 조세피난처인 케이맨제도에 설립한 지점에 자금을 예치한 중국 기업들이 원금을 날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3월 31일 SVB 케이맨제도 지점 예금주들에게 “예금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일반 무담보 채권자’로 취급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3월 SVB가 파산한 직후 FDIC는 예금 보장 한도(1인당 25만달러·약 3억원)를 초과한 모든 금액을 100% 보호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서 케이맨제도 지점 이용자는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FDIC 대변인은 WSJ에 이 조치가 “연방예금보험법에 따라 미국 내 예금만 해당한다”고 확인했다.

SVB는 영국, 독일, 캐나다, 케이맨제도 등에 지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금융당국의 보호 범위에서 벗어나는 해외 지점들의 예금 총액은 139억달러(약 18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SVB 영국 지점은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팔렸고, 독일·캐나다 지점은 수신 없이 대출 업무만 수행했다.

SVB 케이맨제도 지점은 아시아 지역 스타트업을 겨냥해 설립됐고, 중국과 홍콩 투자사들이 이용해왔다. SVB 케이맨제도 지점의 계좌 잔액은 3월 말 기준 0달러가 됐고, 모든 예금이 SVB의 파산관재인(FDIC)으로 이전됐다. FDIC가 SVB 자산을 청산하고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이를 분배해준 다음, 남은 돈이 있어야 케이맨제도 예금주들이 예금의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 홍콩 사모펀드인 피닉스프라퍼티인베스터 측은 “SVB 예금을 되찾는 건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