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석유' 리튬값 어디까지 떨어지나…"바닥 찍고 상승할 것" [원자재 포커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이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수요감소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예상돼 리튬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지난 3일 상하이 비철금속 거래 시장에서 탄산리튬 가격은 t당 17만7500위안까지 떨어졌다. 작년 11월 59만7500위안까지 치솟았던 리튬값은 올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40만 위안대에 진입했고, 3월 하순부터는 20만 위안대로 떨어진 뒤 줄곧 가격이 떨어졌다. 1년전과 비교해 61.62%, 지난달보다 18.39% 하락했다.
'하얀 석유' 리튬값 어디까지 떨어지나…"바닥 찍고 상승할 것" [원자재 포커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거의 모든 종류의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다. 기후위기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자동차가 인기를 끌었고, 리튬의 몸값도 덩달아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중국발 수요 부진이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산업 육성과 소비 촉진을 위해서 2017년부터 지급하던 차량 구매 보조금을 작년말 전면 중단했다. 중국 내 탄산리튬을 포함한 동력 배터리 재고 누적량도 2020년 19.8GWh, 2021년 65.2GWh, 2022년 251GWh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신에너지차량 산업 수요 부진 속에 공급업체의 리튬 재고가 늘면서 가격 인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급락을 이어가던 리튬 가격은 최근 들어 반등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세계 2위의 리튬 생산국인 칠레가 리튬 국유화를 언급한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방송 연설을 통해 환경보호와 경제활성화를 위해서 자국 리튬 산업을 국유화하고 국영기업을 설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리튬 국유화 입법안이 제출되면 소시에다드 키미카이 미네라(SQM)와 알베말(ALB) 등 칠레 리튬 업체는 새롭게 설립될 국영기업에 리튬 사업 관할권을 넘기는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칠레 외에도 '리튬 삼각지대'로 불리는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도 리튬 산업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자원 민족주의 움직임은 리튬에 대한 국가 통제권 강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가격 반등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리튬 가격은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주간 상승을 기록했다. ANZ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수요 회복세 신호와 함께 공급망 전반의 재고 감소로 인해 리튬 가격이 올해 첫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도이치뱅크의 청정 기술 주식 애널리스트인 코린 블랜차드도 "향후 몇 년 동안 리튬 공급이 수요 대비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리튬 가격 회복을 예상했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