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대규모 정리해고에 이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사무용품 등 각종 서비스마저 축소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CNBC는 3일(현지시간) 구글이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피트니스 강습을 비롯해 테이프와 스테이플러까지도 줄이면서 비용절감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재무를 총괄하는 루스 포랏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1일 구글을 비롯한 회사 전체에 이메일을 보내 "올해 중요한 목표는 속도와 효율성을 개선해 지속가능한 비용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전사적으로 수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 서비스 축소는 업무용 장비 교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노트북, 데스크톱PC, 모니터를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을 일시 중지한다. 교체 주기도 이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노트북도 이전에는 최상급인 애플의 맥북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구글의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크롬북으로 격하됐다.

사내에서 쓸 수 있는 휴대폰을 기존에 갖고 있다면 휴대폰 구매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기 않기로 했다. 1000달러 이상 액세서리를 구매할 경우 이사급 이상 임원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최근에는 사무용품에 대한 극단적인 절감 조치를 시행했다. 구글 오피스 시설관리팀은 최근 회사 전체에 흩어져있던 스테이플러와 테이프를 모두 수거했다. 필요한 경우 회사 입구의 안내 데스크에서 빌려쓰면 된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또 구글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식음료, 피트니스, 마사지, 교통 서비스도 축소된다. 포랏 CFO는 "업계 최고 수준인 직원 혜택을 구글 직원들의 업무 방식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직원 서비스는 주 5일 사무실로 출근하던 당시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주 3일 사무실 출근, 주 2일 재택근무가 보편화된 지금 상황에 맞춰 변경한다는 설명이다. 사무실 출근자가 적은 월요일과 금요일에 카페를 닫고, 요가 강습을 줄이며 활용도가 낮은 일부 시설을 폐쇄할 수 있다. 지난 1월 20여명의 마사지사를 정리해고 하기도 했다.

구글이 나스닥에 상장한 2004년 이후 가장 혹독한 비용절감 시대를 보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구글은 매출 성장 둔화에 직면해 지난 1월 전체 인력의 약 6%인 1만2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했다. 포랏은 이에 대해 "회사가 내려야 했던 가장 어려운 결정"이라며 "최근 도전적인 경제환경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기회를 살리기 위해 이 작업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