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그룹의 자회사로 삼성그룹과 SK그룹이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뉴욕증시에 단독 상장한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올해 ARM을 뉴욕증시와 런던증시에 동시 상장(IPO)하려던 계획을 바꿔 뉴욕증시에 단독으로 상장시킬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런던 동시상장 계획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ARM의 상장 시장에 대해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인 미국 나스닥시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ARM은 반도체 생산에 가장 핵심이 되는 설계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회사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이 제작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대부분은 ARM의 기본 설계도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등 주요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ARM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뱅크그룹은 2016년 ARM을 320억달러(약 40조원)에 인수했다. 2020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400억달러를 받고 매각하려 했으나 독점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해 핵심 투자사업인 비전펀드가 약 60조원의 손실을 내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ARM을 상장시키겠다고 밝혔다. ARM의 기업가치는 600억달러로 추산된다.

영국 정부는 자국 첨단 산업의 핵심 기업인 ARM을 런던증시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소프트뱅크그룹이 ARM을 뉴욕증시에 단독으로 상장시키는 방안을 확정할 경우 실망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