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상품 쓰지마" 불매 밝혔던 인텔, 중국 눈치에 바로 철회
인텔이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한 부품을 쓰지 말라는 서한을 협력사에 보냈다가 중국 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자 사과한 뒤 해당 지침을 철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텔은 23일(현지시간) "협력사에 보낸 서신은 미국 법을 준수하기 위해 작성됐으나 신장 지역에 대한 인텔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 16일 신장 지역에서 부품을 조달하지 말라는 서신을 협력사에 보냈다.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신장 지역의 상품을 수입금지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한 날이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도 해당 법안에 서명했다.

인텔은 해당 서신에서 "중국 북서부의 신장 지역의 물품을 피하라"고 촉구하면서 "여러 정부가 신장에서 공급되는 제품에 제한을 가한 만큼 인텔도 신장 지역의 노동력이나 재화,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내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인텔은 해당 지침을 자진 철회했다.

인텔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특정 법적 요구와 정책을 협력사에 전달하는 방법과 관련해 중국이 제기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에 사과문을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관련 규칙을 준수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2018년 이후 인텔의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섣불리 미국 정부의 지침을 따랐다가 중국 정부로부터 보복 조치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중국 내 비판 여론으로 인해 피해를 해외 기업 사례가 적지 않다. WSJ에 따르면 올해 초 H&M은 신장 지역에서 물품 조달을 중단할 것으로 발표한 뒤 중국 인터넷에서 지워졌다.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져 3개월 간 7400만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아디다스와 나이키 등도 중국 내 강제 노동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중국 내 매출이 감소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