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사회복지 예산안 처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물가상승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예산안 규모가 자그마치 2조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돈 풀기 정책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있어 상원 통과가 미지수이지만 하원에선 이미 여유있게 통과됐다. 앞서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은 상·하원 승인 및 대통령 서명을 거쳐 시행됐다. 사회복지 예산까지 나오면 3조달러를 훌쩍 넘는 대규모 자금이 또 풀리는 것이다.

사회복지성 예산은 의료보험 보장 확대와 기후변화 대책, 교육 지원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인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때 최대 1만2500달러씩 지원하고, 3~4세 어린이의 유치원 교육비를 정부가 내주는 방안도 담겨있다.

하지만 재정 적자에 대한 경고가 잇따른다. 미 의회예산국(CBO) 보고서에 따르면 이 예산안만으로 향후 10년간 연방 재정적자가 총 367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바이든 정부가 부유세를 도입하고 법인세를 강화해도 감당할 수 없는 규모라는 것이다.

특히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이 더 뛸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그레그 존스 씨는 투자매체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즐겨 먹는 멕시코 음식 부리토 가격이 7달러에서 12달러로 올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6.2%(작년 동기 대비) 급등해 31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미시간대의 11월 소비자태도지수(예비치)는 전달보다 4.9%포인트 감소한 66.8로, 10년래 가장 낮았다. 물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소비 심리를 훼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자산 피난처인 금을 투자자들이 사들이고 있다는 게 마켓워치의 보도다.

워싱턴에 있는 경제분석기관인 MPA의 데릭 탕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Fed)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며 “실제와 기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6.2%로, 31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6.2%로, 31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수바드라 라자파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지니(램프의 요정)가 병에서 탈출했다”며 “Fed 대응이 늦는다면 결국 브레이크를 더 빨리 밟아야 하고 경기 회복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은 원료 및 부품 가격 상승을 소비자에 전가시키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를 더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채권운용 회사인 핌코가 향후 수개월간 미 소비자물가가 7%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 배경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물가 상승과 공급망 붕괴 등으로 최저치를 기록 중”이라며 “사회복지 예산안 추진과 함께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방송사인 CBS와 유거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가 바이든 대통령의 물가 급등 대처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답변한 사람의 82%는 “과거부터 구매해온 물품의 가격이 예전보다 비싸졌다”고 하소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