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수명이 다한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재활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활용으로 배터리 가격 부담을 줄이려던 전기차 기업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24일 경제 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전날 대형 ESS에 폐기된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신형 ESS관리규범’ 초안을 내놓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규범 초안에 ‘대형’이나 ‘폐기’ 등의 용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선 당국이 안전상 이유로 전기차 등에 쓰였던 배터리의 재활용을 금지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통상 최대 충전 시 용량이 출시 초기의 80% 아래로 내려가면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본다. 전기차나 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전기차 용도로는 수명이 끝난 배터리를 ESS 등에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를 다양한 방면에서 추진해왔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기 때문에 배터리 재활용으로 원가 부담을 낮추면 전기차 가격도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재활용 배터리를 쓴 ESS의 폭발 사고가 발생하자 중국 당국이 이런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규범 초안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ESS 프로젝트도 차후 확정된 규범에 따라 다시 안전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할 길이 막히면 전기차 가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 관계자는 “차종과 기업마다 사용하는 배터리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대형 ESS에 재활용 배터리를 쓰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전기차용 배터리가 대부분 소규모 ESS에 쓰이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