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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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종합 반도체기업 화룬마이크로전자(CR마이크로)의 웨이퍼 생산 자회사에 중국 국영투자자가 총 126억위안(약 2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자국의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中 최대 반도체 투자펀드 등 참여

中, 126억위안 들여 반도체 웨이퍼 기업 키운다
17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CR마이크로 이사회는 자회사 런펑반도체에 대한 국영투자자의 지분 투자 안건을 승인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런펑반도체의 자본금은 24억위안(약 4400억원)에서 150억위안(약 2조7400억원)으로 늘어난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위해 조성한 대표 펀드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기금’이 대표 투자자다. ‘빅 펀드’로도 알려진 이 펀드는 런펑반도체 지분 25%를 인수하기로 했다. 그 외 4곳의 정부 지원 투자펀드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CR마이크로는 반도체 칩 설계부터 제조 및 생산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기업이다. 차이신에 따르면 매달 6인치 웨이퍼 23만 장과 8인치 웨이퍼 14만 장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런펑반도체는 CR마이크로가 지난해 선전에 세운 자회사다.

CR마이크로는 “이번 투자는 선전에 반도체 원판인 12인치 웨이퍼 생산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자금 지원 목적으로 계획됐다”고 밝혔다. 런펑반도체는 지난 2월 CR마이크로의 다른 자회사로부터 23억위안을 투자받아 총 220억위안 규모의 선전 웨이퍼 생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등에 사용되는 40나노(㎚: 1㎚=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반도체 자립 ‘난항’

반도체는 미국의 전방위 대중 규제의 핵심이다. 미국은 지난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제지에 본격 나섰다. 첨단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와 일본을 제재에 동참시키며 중국의 반도체산업을 고립시켰고,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 등은 제재 명단에 올렸다. 지난 9일에는 반도체와 함께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관련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반도체 자립을 추진 중이다. 국영 및 대형 반도체 기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면서 자체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비첨단 부문에 주력해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반도체산업 포털 이지웨이닷컴은 중국이 지난해 중국 본토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190곳에 총 121억위안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런펑반도체에 투자한 빅펀드 등 국영투자자도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다. YMTC는 올해 빅펀드 등 국영투자자로부터 7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은 뒤 자국산 기술로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인 128단 낸드플래시 생산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반도체 자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술력이 부족한 데다 핵심 부품과 설비 없이는 첨단 반도체 자체 생산이 녹록지 않아서다. 중국 관세청(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상반기 반도체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은 23% 줄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