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름값 했네"…'코시국 세계증시' 최종 승자는?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쓴 지난 3년간 글로벌 주식시장의 최종 승자는 '브랜드 파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창조하는 개발력과 원가가 오르는 만큼 판매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가격 전가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시가총액이 크게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전세계 주요 상장기업 1만2000곳의 2019년 말과 2022년 말 시가총액을 비교한 결과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과 유럽 명품 브랜드의 급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경기후퇴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기를 덜 타는 제약기업에도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렸다.

'코로나증시 3년'의 최대 수혜주는 애플이었다. 2022년말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669억달러로 지난 3년간 7621억달러(약 960조원)늘었다. 주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 아람코와 격차를 2000억달러 이상으로 벌리며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자리도 굳혔다.

시가총액이 5846억달러 증가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2위였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테슬라(3135억달러 증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2829억달러 증가), 제약회사 일라이릴리(2349억달러 증가)가 5위권에 들었다.

애플의 시가총액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은 '아이폰'의 브랜드 파워로 분석됐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계속해서 신제품을 내놓으며 꾸준히 가격을 올리는데 성공한 덕분에 시가총액이 급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번 도입하면 해약이 어려운 정기구독형 사업모델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럽에서도 브랜드 파워가 희비를 갈랐다. 루이뷔통 티파니 등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LVMH모에헤네시루이뷔통은 지난 3년간 시가총액이 1328억유로(약 178조원) 늘어났다. 유럽증시에서 두번째로 시가총액이 많이 늘어난 기업이었다.

4위 에르메스(822억유로 증가)와 10위 크리스챤디오르(404억유로 증가)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금융완화로 자산이 크게 늘어난 부유층의 명품 수요에 중산층의 보복 소비까지 가세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긴축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제약업종도 주목받았다. 글로벌 경기후퇴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기방어주인 제약사 주식에 글로벌 자금이 몰린 덕분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미국 일라이릴리가 미국증시에서 시가총액이 많이 늘어난 기업 5위에 올랐다.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에 강한 덴마크 노보 노르디스크(1633억유로 증가)와 간 치료제 개발사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781억유로 증가)는 유럽 1위와 5위였다.

코로나19의 암초를 만나 시가총액이 급감한 기업도 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IT 대기업)의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메타(옛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3198억달러로 3년간 2653억달러 줄었다.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이었다.

명품주가 급등한 것과 대조적으로 중산층이 주고객인 스포츠 용품사 아디다스와 '자라' 운영사 인디텍스의 시가총액도 크게 줄었다.

일본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도요타자동차였다. 작년 말 시가총액이 29조5709억엔(약 282조원)으로 3년간 4조4001억엔 늘었다. 일본 최대 금융회사 미쓰비시UFJ파이낸셜(3조3275억엔 증가)과 소니그룹(3조2359억엔 증가)이 뒤를 이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