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OMC 결정 이럴 것"…테이퍼 텐트럼은 없다?
14일(현지시간) 새벽부터 유럽에서 전해진 오미크론 관련 소식은 온통 부정적이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미크론 변이는 우리가 이전의 어떠한 변이에서도 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라면서 이미 대부분 국가에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가운데, 14일(현지시간) 아침 8시 30분에 발표된 공급자물가(PPI)는 한층 더 분위기를 냉각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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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PPI는 전년 대비 9.6%나 치솟아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전달 8.8%, 예상치 9.2%보다 크게 상승한 겁니다. 전월 대비로도 0.8%나 올랐습니다. 전달(0.6% 상승)이나 월가 예상(0.5%)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PPI는 여전히 가속화되고 있다. 12월이 정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렇게 높은 물가 수치가 나오자 채권 금리가 크게 튀었습니다. 10년물은 한때 연 1.470%, 2년물은 0.677%까지 올랐습니다. 결국, 2년물은 2.4bp(1bp=0.01%포인트) 올라 연 0.657%에 마감됐고, 10년물은 2.7bp 상승해 연 1.441%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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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0분 다우 지수는 0.4%, S&P500 지수는 0.79% 내림세로 출발했고 나스닥은 무려 1.39%나 떨어진 채 거래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온종일 비슷한 상황을 유지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3%, S&P500 지수는 0.75% 하락했고 나스닥은 1.14% 내렸습니다. 나스닥은 장중 2% 넘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나스닥의 하락 폭에서 보듯, 이날 투자자들은 기술주 매도에 나섰습니다. 애플과 테슬라가 전날 폭락에 이어 또다시 0.8%가량 내렸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별 악재가 없는데도 3.26%나 급락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하락 폭은 작년 10월 이후 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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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날 애플이 장 초반 상승해 잠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달성한 뒤 급락하자 바이탈 날리지는 "그동안 표면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던 상당한 균열로부터 S&P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어온 애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Fed의 긴축 전환이 테이퍼 텐트럼을 일으키는 것 같다. 국채 시장이 아니라 기술주에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동안 지수를 지탱하던 메가테크까지 본격적으로 금리 상승 가능성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그동안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는 와중에도 줌, 펠로톤 등 고평가 기술주들만 떨어지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여전히 잘나갔습니다. 그런데 이들 메가테크까지 흔들리면 시장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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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VIX는 7.78%나 올라 다시 21.89로 치솟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VIX가 올랐다는 건 많은 투자자가 FOMC를 앞두고 헤지를 했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 불안한 건 최근 스마트머니(smart money)와 덤머니(dumb money)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마트머니는 월가의 기관투자자들이 운용하는 돈, 덤머니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말합니다.

이날 발표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12월 글로벌펀드매니저서베이(조사 기간 12월 3~9일)를 보면 참여한 펀드매니저 371명(운용자산 1조1000억 달러)은 12월에 현금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5.1%까지 높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4.4%에서 크게 높아진 겁니다. BofA는 현금 비중이 작년 5월 이후 가장 높아졌다고 풀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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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레버리지(차입) 수준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JP모간 고객인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수준은 지난 12개월 동안을 기준으로 43분위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JP모간은 "지난 2주 동 헤지펀드의 순 레버리지가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주 시장이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순매수는 제한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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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덤머니는 역대 최고 수준의 주식 비중을 갖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가계 자산의 24%가 주식이라며, 이는 10년 전 13%에서 많이 늘어난 것이고 닷컴버블 붕괴 직전인 2000년 1분기 말 직전 정점 때보다도 더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웰스파고는 "가계의 주식 비중이 높다는 것은 경계 신호다. 과거를 보면 이렇게 높은 비중일 때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OMC 결정 이럴 것"…테이퍼 텐트럼은 없다?
BofA 조사에 응한 펀드매니저들은 Fed가 테이퍼링 속도를 높여 내년 4월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고, 첫 금리 인상은 7월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내년에 두 차례에 걸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이들은 12월 FOMC가 예상보다 완화적으로 나오면 암호화폐와 이익을 못 내는 기술주, 금융주, 신흥시장 주식이 랠리를 보일 것으로 봤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55%가 여전히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봤고, 36%가 영구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가장 큰 시장 위험으로 Fed의 정책 실수 가능성을 꼽았습니다. 정책 실수 가능성이 가장 큰 위험으로 꼽힌 것은 2018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OMC 결정 이럴 것"…테이퍼 텐트럼은 없다?
월가 금융사들은 내일 발표된 FOMC 결정에 대해 펀드매니저들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긴축 속도를 높일 것으로 봅니다. 지난 며칠 사이에 이런 예상이 좀 더 많아지는 걸 반영한 겁니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테이퍼링을 두 배로 속도를 높여 내년 3월까지 양적 완화를 끝낸다는 것 △경제전망과 점도표 등을 통해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높이고 △내년에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인상할 것으로 시사한다는 것 등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점도표가 중요하긴 하지만 어차피 내년 FOMC 위원들이 대거 교체될 것이니 아주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는 또 파월 의장이 이미 밝힌 대로 통화정책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transitory)”라는 단어를 빼고 자세한 설명으로 대체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첫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계속 앞당기고 있습니다. 이번 주 들어 골드만삭스는 첫 인상 시점을 기존 6월에서 5월로, JP모간은 기존 9월에서 6월로 조정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6월에 처음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면서도 3월에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월가는 기본적으로 Fed가 이번 회의에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일을 하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 워낙 그동안 시장 친화적으로 움직여왔고요. 지금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도 남아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럼에도 시장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일이 발생한다면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꼽습니다.

사실 시장이 아직도 기대하는 것 중의 하나가 Fed가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면서도,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은 여전히 테이퍼링과는 별개다"라고 말해주는 겁니다.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사이에 선을 긋는 건데요. 내년 중반께 인플레이션이 꺾이면 Fed가 최대한 금리 인상을 인내할 것이다, 뭐 그렇게 보는 월가 일부에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이런 기대와 반대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언급할 경우 시장이 놀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테이퍼링 가속화는 곧 금리 인상이라는 생각이 확산하면서 시장이 일종의 테이퍼 텐트럼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 양적 긴축(QT), 즉 지금까지 양적 완화를 통해 사들여온 채권을 내다 파는 방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내년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시될 때도 시장이 놀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사실 시장에서는 지난 2014년 Fed가 처음으로 테이퍼링을 했을 때 시장이 상승했던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해 1월부터 10월까지 테이퍼링이 실시됐는데 그해 S&P500 지수는 11.74% 올랐었지요.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Fed가 테이퍼링 속도를 올리는 등 급격히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향후 3~4개월 동안 시장 위험이 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는 2014년과 지금은 세 가지가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이번에는 2014년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양적 완화를 종료하며, 지금의 증시 밸류에이션은 20배를 넘을 정도로 비싸지만 2014년에는 14.5배에 그쳤었다. 즉 지금이 유동성 감소에 훨씬 취약하다는 겁니다. 또 세 번째로는 2014년 당시는 미국의 경제 성장이 가속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감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기준금리 인상 등 중앙은행의 긴축이 예상되는 2022년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업들의 이익 증가 추세,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의 실질금리, 가벼운 투기적 매수세 포지셔닝 등을 고려하면 증시가 오르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겁니다.

다만 그는 "지난 추수감사절 때 오미크론 공포로 시장이 일시적 급락이 발생했던 것과 같은 시장의 출렁거림은 포스트 팬데믹 사이클, 즉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상황에서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Fed로 인한 불확실성이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12월 FOMC는 정말 어떤 결정을 내리고,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FOMC 결정 이럴 것"…테이퍼 텐트럼은 없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① 70% 확률 시나리오

먼저 Fed가 시장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공격적으로 반박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치르는 이 시나리오가 70% 확률이 있다고 봤습니다.

치르에 따르면 Fed는 "세계 경제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공급망 문제는 금리 인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또 "'완전고용'을 위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아직 팬데믹 이전 고용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고 흑인 등 소수 인종 고용이 이제야 개선되기 시작했다"라고 밝힐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분리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치르 전략가는 "그 대본을 고수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Fed는 "필요한 경우 행동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하면서도 금리 인상에는 기준이 높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테이퍼가 어떻게 작용할지 보고 싶다"라면서 너무 빨리 금융 지원을 없애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치르 전략가는 "Fed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이 채택한 평균물가목표제(AIT)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해야 하고 정치권, 그리고 언론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치르는 Fed가 비둘기파적으로 나오면 시장은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봤습니다. 단기 금리는 낮아지고 장기 금리는 높아지면서 채권 수익률 곡선은 다시 가팔라지고 Fed의 정책 실수 가능성에 대한 베팅은 되돌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증시에서는 경기민감주들은 랠리를 벌일 것으로 봤습니다.

② 25% 확률 시나리오

두 번째는 Fed가 몇 번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인정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치르는 25% 확률이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서도 Fed는 여전히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이 빨라도 여름의 끝까지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시키고, 여전히 많은 정책 선택의 여지를 남길 것으로 봤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대체로 시장 가격에 이미 책정이 되어있다고 봤습니다. 치르는 "시장이 더 많은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일부 징후가 있지만, 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믿는 이는 여전히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내년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논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질 것으로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만약 Fed가 그렇게 한다면 미국 연방정부와 예산에도 큰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됩니다.

③ 5% 확률 시나리오

세 번째는 Fed가 완전히 매파적으로 나오는 겁니다. 여기에는 5% 확률을 배정했습니다.

치르는 "Fed가 이런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Fed가 정말 내년에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금리 인상을 해야 할 수도 있지만, 이번 회의에서 굳이 그런 상황에 미리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가 이렇게 매파적으로 나온다면 수익률 곡선은 극적으로 평평해지고 주식은 폭락할 것으로 봤습니다. 아무도 Fed가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치르는 "Fed의 정책 실수는 논쟁의 핵심 주제가 될 것이며, 모든 사람의 2022년 '서프라이즈 목록'에는 수익률 곡선 역전, 경기 침체 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결론적으로 "시장 가격에 책정된 것보다 더 비둘기 같은 FOMC 결정을 얻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장은 정말로 Fed가 매파적일 것이라고 베팅하지는 않기 때문에 Fed가 정말 극적으로 완화적으로 나오지 않는 한 반응이 매우 뜨겁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