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기업 주목하는 연기금
국내 연기금들이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적인 지주회사들을 매입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투자가 확대되면서다. 연기금이 자사주 매입 및 배당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매수세가 강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LG를 60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연기금의 매수세에 힘입어 전체 기관 순매수액은 12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연기금은 LG를 356억원 순매도했다.

우랑한 현금흐름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자사주 매입 계획 등이 나오자 연기금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LG는 내년까지 자사주를 5000억원어치 사들이겠다고 최근 밝혔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ESG 요소 중 주주환원에 힘쓰는 기업들이 연기금들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연기금은 동원산업도 16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동원산업은 지난해 말 합병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 부양책을 쓰고 있다. 합병에 대한 주주 반발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동원산업은 이달 자사주 350만주 소각을 결의했다. 약 1600억원어치다. 2027년까지 자사주 1395만9990주를 모두 소각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연기금은 올들어 한화와 CJ도 각각 108억원, 10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 1분기 한화는 분기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의 배당액이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750원이던 한화의 주당배당금(DPS)은 2025년까지 900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배당금 상향과 배당절차 명문화를 공언하고 있다. CJ는 지난해 순이익이 15% 감소했음에도 배당을 늘린 바 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우정사업본부 등의 지주회사 매수세는 더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 책임투자 확대, ESG주식형펀드 성장,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등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주주환원책을 제시하고 있는 지주사들의 벨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