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녹색 디지털 금융② MRV녹색금융의 신뢰는 이제 ‘녹색’이라는 선언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시장이 궁금해하는 것은 훨씬 현실적이다. 실제로 탄소를 얼마나 줄였는가. 그리고 그 성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다. 최근 녹색금융 시장에서 측정·보고·검증(Measurement·Reporting·Verification, MRV)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MRV는 더 이상 단순한 ESG 공시 체계가 아니다. 자본의 가격을 바꾸는 금융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그린본드(녹색채권)는 여전히 ‘사후 보고’ 구조에 가깝다. 채권 발행 이후 친환경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환경 성과 데이터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투자자가 실제 투자 결정을 내리는 시점에는 이러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시간이 지나 성과 데이터가 축적되더라도 기업별 측정 기준과 검증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를 직접 비교하기 쉽지 않다. 결국 시장은 여전히 발행기관의 신뢰도와 설명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바로 이 지점을 바꾸는 것이 MRV다. 하지만 MRV의 핵심을 단순히 ‘공시 강화’ 정도로 이해하면 본질을 놓치게 된다. 금융시장에서 금리는 결국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반영한다. 환경 성과가 불명확하면 투자자는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반대로 데이터가 명확하고 검증 가능할수록 불확실성은 낮아지고 자본조달 비용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결국 MRV의 본질은 “얼마나 많이 공시했는가”가 아니라 “시장이 그 데이터를 실제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가”에 있다.MRV, 녹색 프리미엄 이끌 수 있다&
2026.06.01 06:00[한경ESG] 러닝 - 기후기술 혁신이 필요한 이유 1973년 개봉 영화 <소일렌트 그린>은 2022년의 미래 시점을 다루고 있다. 영화 배경은 폭염과 식량난, 환경 파괴로 붕괴 직전에 놓인 미래 도시다. 당시만 해도 많은 이에게 과장된 공상과학 영화처럼 보였지만, 오늘날 세계는 영화 속 장면들과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물 부족, 식량 공급망 불안정은 상상이 아니라 경제와 산업은 물론 우리의 삶과 생존을 흔드는 현실이 되고 있다.2024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린 유럽 주요 기후과학 연구기관들의 공동연구는 현재 수준의 기후정책이 유지될 경우 지구는 최대 45% 수준의 기후 티핑 포인트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구진은 지구 평균기온이 1.5℃를 단 0.1℃만 추가로 초과해도 위험이 비선형적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이 던지는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탄소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기술과 어떤 협력 구조가 미래 시장과 산업 질서를 선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ESG는 더 이상 기업 이미지 관리나 규제 대응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공급망 안정성, 원자재 확보, 에너지 안보를 넘어 산업의 생존 전략까지 좌우하는 핵심 경영 의제로 재정의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반도체·배터리·모빌리티·스마트시티 등 미래 첨단 산업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기후 대응 역량은 이제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기후 실증 플랫폼 추진
2026.06.01 06:00[한경ESG] 싱크탱크 리포트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 과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도입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화 제도가 시행 6년 차를 맞았다. 정부는 공시 대상 기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지만 정작 제도 도입의 궁극적 목표인 기업가치 상승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기업들이 실질적인 변화보다는 정해진 요건만 채우는 ‘형식적 준수’에 치중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자본시장연구원 임나연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 의무화 효과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코스피(KOSPI)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공시 의무화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업들의 지배구조 점수는 외형적으로 크게 상승했으나 이사회 혁신과 기업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점수 인플레이션’의 함정… 주주권리 개선, 이사회는 요지부동보고서에 따르면 공시 의무화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지표를 개선하는 데 분명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 자산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시 의무가 부여된 기업들은 시행 3년 차를 기점으로 지배구조 총점이 이전 대비 약 7점 이상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부문별로는 ‘주주 권리’와 ‘감사제도’ 항목에서 눈에 띄는 개선이 관찰됐다.하지만 상세 지표를 뜯어보면 실상은 다르다. 기업들이 제도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 비교적 개선하기 쉬운 정량적 지표 위주로 대응하는, 이른바 ‘박스 티킹(box-ticking, 본질적 개선보다는 형식적 요건
2026.05.02 06:00[한경ESG] 러닝 - 데이터로 본 기업 거버넌스① 상법 개정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다. 연이어 처리된 상법 개정안이 실행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중 하나로 지목되어 온 기업 거버넌스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이다. 그런데 “상법 개정이 우리나라 기업의 오랜 거버넌스 관행과 행동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스지데이터 연구팀이 한국 200대 대기업의 거버넌스를 연구한 결과 개정 상법과 관련한 항목의 형식적 충족과 실제 거버넌스 사이에 갭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외형을 갖춘다고 내실이 저절로 갖춰지지는 않는다. 형식적 기업 거버넌스 틀과 행동 사이의 구조적 격차 점수는 두 가지로 설정됐다. 먼저 구조적 격차 점수(Structure Gap Score, SGS)는 개정 상법의 수준과 실제 거버넌스 수준 격차(gap)를 정량화한 점수다. 좋은 거버넌스는 개정 상법이 요구하는 수준에 가까운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 점수가 낮을수록 상법 개정안과 가까운 거버넌스 구조를 갖추었다. 측정 가능한 범위에서 상법 개정 조항인 △독립이사 1/3 의무화 △감사위원 3%룰 강화 및 분리선출 △이사 충실의무 확대 △자사주 의무소각 및 교환사채(Exchangeable Bond, EB) 차단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주주총회 병행 의무화 등에 대응하는 구조적 격차 항목을 선정했다. SGS는 구조적 격차 항목을 상법 조항별 가중치로 종합한 뒤 0~100점 범위로 표준화한 값이다. 중요한 것은 SGS가 ‘구조적 조건’만을 측정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됐다는 것이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 감사위원회가 무엇을 적발했는지와 같은 ‘운영의
2026.04.30 06:00[한경ESG] 러닝 - 해상풍력 성공의 조건②해상풍력특별법이 지난 3월 26일 발효되고, 세부 시행령 확정과 함께 고시 제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간 국내 해상풍력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되어 온 난개발, 복잡한 인허가,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소하고자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와 통합입찰 제도를 도입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사업권과 전력판매계약을 동시에 부여하는 통합입찰 방식은 불확실성을 낮추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도 크다.그러나 제도의 방향성만으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현실에 맞는 제도’, ‘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성’, 그리고 ‘철저한 사전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좌초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도입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실행 역량이다.최근 유럽 주요국의 사례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영국·독일·덴마크·네덜란드 등 해상풍력 선진국들조차 전력판매계약 입찰에서 연이어 유찰을 경험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사업비가 급증했음에도 정부가 제시한 상한가격이 이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책 목표와 시장 현실 간의 괴리가 그대로 드러난 사례다.정책과 시장의 괴리 좁히기 각국 정부는 빠르게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산업계와의 긴밀한 소통과 사전 분석을 통해 가격 체계를 현실화하고, 투자 유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영국은 상한가격을 대폭 상향해 입찰을 정상화했고, 일본 역시 경험이 부족한 사업자 간 저가 경쟁을 통해 낙찰된 사업자가 결국 사업을 포기하는 입찰 실
2026.04.30 06:00[한경ESG] 녹색 디지털 금융 따라잡기① - 디지털 그린본드의 출현그린본드(녹색채권)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시장의 대표적 해법으로 떠오르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시장이 확대될수록 투자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한다. “이 채권은 실제로 탄소를 줄였는가.” 이제 ‘녹색’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투자자는 환경 성과를 사후적으로 설명받기보다는 그것이 실제로 발생했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문제는 기존 그린본드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전통적인 그린본드는 발행 이후 자금 사용과 환경 성과를 보고서 형태로 공시하는 방식에 의존한다. 이 과정에는 시간 지연이 존재하며, 데이터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투자자가 직접 검증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일정 부분 발행자의 공개된 설명과 외부 인증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반복적인 그린워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현재의 그린본드 시장은 ‘설명된 신뢰’ 위에 작동하고 있다.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등장한 것이 디지털 그린본드다. 이는 단순히 채권을 전자화하는 개념이 아니라, 발행-유통-결제-사후보고 전 과정을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통합하여 금융 흐름과 환경 데이터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핵심은 명확하다. 투자자가 정보를 ‘믿는 구조’에서 ‘검증하는 구조’로 이동하는 것이다.정보의 검증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러한 변화는 이미 일부 시장에서 구체적인 발행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콩이다. 홍콩통화청(Hong Kong Monetary Authority)은 2023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그린본드를 발행한 이후 2024
2026.04.30 06:00[한경ESG] 러닝/ 상법 개정 이후 기업의 과제는 ⓸·끝최근 개정 상법에서는 자기주식의 원칙적 소각이라는 방향이 제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자기주식은 재무전략의 도구가 아니라 주주환원 정책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동시에 평가받는 거버넌스 이슈로 이동하고 있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주주총회 절차 강화, 이사 보수 통제 등 기업의 의사결정구조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자기주식 역시 ‘회사 내부의 전략 자산’이 아니라 주주와 시장이 직접 평가하는 정책 변수가 되고 있다. 결국 앞으로 기업에 중요한 질문은 자기주식을 ‘취득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원칙 아래 관리할 것인가’다. 이번 글에서는 상법 개정 이후 기업이 자기주식과 관련해 준비해야 할 핵심 대응 방향을 살펴본다.1. 자기주식은 이제 ‘재무 전략’이 아닌 ‘거버넌스 이슈’과거 기업들은 자기주식을 다양한 경영 목적을 위해 활용해 왔다. 주가 안정, 인수합병(M&A) 대응, 임직원 보상 재원 확보 등 자기주식은 기업의 전략적 선택지를 넓혀주는 수단이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자기주식을 보유한 뒤 필요에 따라 처분하거나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그러나 최근 자본시장에서는 자기주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자기주식이 장기간 보유되는 경우 시장은 △왜 아직 소각하지 않았는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가 △그 활용이 주주가치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와 기관투자자는 자기주식 소각 여부를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 지표로 평가하는
2026.03.31 06:01[한경ESG] 러닝물은 인류의 생존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원이자 모든 산업 활동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는 물 부족과 수질 악화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2년 유엔(UN)이 선포한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 3월 22일)’은 물의 소중함과 지속가능한 물 관리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는 계기가 된다.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는 ‘물과 젠더(Water and Gender)’다. 물 위기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은 결코 균등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여성, 즉 전 세계 여성 인구의 27.1%가 안전하게 관리되는 음용수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은 하루 총합 2억5000만 시간을 물을 길어오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는 물과 위생 문제가 단순한 자원 관리의 차원을 넘어 삶과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기후변화 역시 물 문제를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강수 패턴이 변화하고 가뭄과 홍수 같은 극단적 기상이 빈번해지면서 안정적인 수자원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물 부족이 식량 생산과 산업 활동은 물론 지역경제 안정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60%가 안정적인 물 접근성에 의존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전 세계 담수 수요는 공급을 약 40%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물 관리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과제임을 보여준다.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은 2024년 기준 상수도 보급률이 98%에 달해 물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일반 시민이 일상에서 물 부족을 체감하기 어
2026.03.31 06:00[한경ESG] 이 달의 책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신민호 지음 │ 삼일인포마인 │2만 원트럼프 2.0 이후의 고율 관세,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공급망실사법(CSDDD),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과 원산지 검증의 전면 강화…. 2026년 이후 기업이 마주하는 공급망 환경은 더 이상 예외적 위기가 아니라 상시적인 위기 상태다. 왜 실제 상품 가격이 아니라 설명력과 데이터가 기준이 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은 기업의 필수 요건이 되었는가? 저자는 책 속에서 이를 따져가며 한국 기업의 생존 설계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관세·통관·원산지·ESG·물류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어떻게 연결되어 기업을 동시 압박하는지를 구조적으로 해석한다. 중국의 자원·금속 통제로 원료 수급이 멈추면 산업이 멈추게 되었고, ESG경영과 탄소·인권 규제는 이제 시장 입장권으로서 기업에 어느 선 이상의 수준을 요구한다. 디지털 통관 및 인공지능(AI) 감시로 데이터는 세관에서도 중요해졌다. 공급망은 이제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장이 되어버렸다. 저자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공급망 재설계를 통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관련한 11개 모델을 예시로 선보이고, 대응 체계와 72시간 표준 대응 매뉴얼을 제공한다. 지난 25년간 관세사로 활약해 온 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이자 서울관세사회 회장이 썼다. 글로벌 수출 제조기업의 실무자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만한 주요 주제를 한눈에 체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있다. 벤
2026.03.30 06:00[한경ESG] 러닝 - 해상풍력한국은 명실상부한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국가 전체 전력소비량은 세계 6위,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세계 3위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같은 위상과 달리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0% 내외에 머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오늘날,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해상풍력은 단순한 에너지원의 하나가 아니라, 한국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 압박에 직면해 있다.이미 일부 수출 기업은 재생에너지 사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계약 취소나 사업 축소를 경험하고 있으며,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수출 기업의 상당수가 단기간 내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생에너지 수급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국내 제조업의 해외 이전 가능성은 더 이상 가설이 아니다.해상풍력, 새로운 산업 성장 동력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전망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수치로 보여준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160기가와트(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필요하며, 2050년 RE100 최종 달성을 위해서는 최대 530GW에 달하는 설비 구축이 요구된다. 문제는 이를 감당할 현실적인 수단이다.태양광과 육상풍력은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한국의 지리적·환경적 여건상 한계가 뚜렷하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지형인 상
2026.03.30 06:00[한경ESG] 지속가능 제품 리뷰 GS칼텍스는 미래 세대를 위한 탄소저감 교육 프로그램인 ‘꾸스(CCU~S)’ 캠페인을 전개한다. 탄소저감 미래 기술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한 교육용 크리에이티브 교구 ‘CCUS KIT’도 선보인다.GS칼텍스 꾸스 캠페인 핵심인 CCUS KIT는 대중에게 다소 낯설고 어려운 탄소저감 사업인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해석한 교구다.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유쾌한 소재인 방귀를 대기 중 탄소로 비유해 가스를 포집하고 이를 자양분 삼아 식물을 키워내는 과정을 놀이처럼 구현했다. 이를 통해 탄소를 모아 유용한 원료로 재활용하거나 안전하게 저장하는 순환경제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크리에이티브 교구로 친숙함 높여 GS칼텍스는 공식 블로그인 미디어허브 내 캠페인 페이지 신청자 중 추첨을 거쳐 CCUS KIT를 배포, 크리에이티브 키트를 직접 체험하도록 지원한다. 과학 크리에이터 궤도와도 협업해 CCUS의 과학적 원리를 위트 있게 풀어낸 영상을 공개한다. GS칼텍스는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현장 중심의 커뮤니케이션도 병행한다. 지난 3월 18~19일 전남 여수시 소재 초등학교에서 여수시여수산단공동발전협의회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이번 프로그램은 미래 세대에게 첨단 환경 기술을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소개해 저탄소 신사업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고 미래 세대의 수용성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저탄소 신사업을 지속 확대해 가는 동시에 새로운 방식의 창의적 소통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달
2026.03.30 06:00[한경ESG] 러닝 제품 포장지에는 수많은 정보가 그림이나 글의 형식으로 표기되어 있다. 원산지, 품질 인증, 유기농 인증, 탄소발자국, 공정무역 로고 등의 제품 정보는 모두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마련된 것들이다. 예컨대 참치 통조림 포장을 잘 살펴보면 작은 돌고래 문양이 있다. 이른바 ‘돌고래 보호(Dolphin Safe)’ 마크다. 참치를 잡는 과정에서 돌고래가 그물에 걸려 희생되지 않도록 관리했다는 인증이다.ESG 소비를 가로막는 복병 ‘선택의 피로’사람들은 보통 착한 소비자가 되고 싶어 한다. 2025년에 <한경ESG>가 국내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ESG를 고려해 제품을 산 적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27.7%였으며, ESG 제품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75.8%에 달했다. 그러나 설문 결과와 구매 행동 사이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업의 ESG 성과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비율은 실제로 그리 높지 않으며, 만약 그런 소비자라고 하더라도 모든 구매에서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격 부담, 품질에 대한 불신, 그린워싱 우려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보 획득과 선택의 피로’가 ESG 소비를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임은 분명하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의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매번 기업의 지배구조를 확인하고 환경 지표를 대조하며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상당한 인지적 노동을 요구한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가 지날수록 판단력이 20~30%가량 저하되며, 과도한 옵션 비교에 지친 뇌는 결국 노력을 최소화하는 ‘만족
2026.03.04 08:46[한경ESG] 미래세대 환경교육 ③-끝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월 발표한 ‘2026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세계가 직면할 10대 리스크 가운데 절반이 환경 부문이다. 극한 기후가 가장 심각한 장기 위협 1위로 선정됐고, 생물다양성 손실 및 생태계 붕괴가 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생태계를 훼손하거나 파괴하는 일은 단순한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뿐 아니라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기회를 앞당겨 소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제 글로벌 자본 시장의 시선은 탄소중립을 넘어 자연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환경에 ‘덜 나쁜’ 영향을 주는 수준을 넘어 자연을 플러스(+) 상태로 회복시키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를 증명하지 못하는 기업은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투자자의 선택지에서 제외되는 시대가 됐다.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의 본격적인 도입은 바로 이러한 금융 질서의 변화를 상징한다. ‘장소’가 곧 재무 리스크다TNFD가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명확하다. 기업 활동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과 자연에 대한 의존도를 파악해 이를 재무 리스크로 공시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와 구별되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바로 ‘장소(location)’ 개념이다.TNFD 핵심 방법론인 LEAP 프로세스의 첫 단계가 L(locate), 즉 기업 활동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탄소는 지구 어디에서 감축하든 대기 중 농도에 일정하게 기여하지만, 생물다양성은 철저히 ‘장소 기반’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같은 식품
2026.03.04 08:23[한경ESG] 러닝 - 국제개발협력세계 경제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차이와 강대국 간 패권 경쟁, 그리고 자국 우선주의라는 삼중고 속에서 자유무역 질서와 다자주의가 크게 도전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보 논리와 경제 논리가 결합된 새로운 장벽들이 들어서고 있다. 한국의 수출 지형도 급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최대 교역국이었던 대중국 수출 비중이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미국과 아세안 시장이 채우며 수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었다. 시장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전략으로 인식된다. 인구 성장과 잠재력이 폭발하는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새로운 돌파구로 지목되는 이유다. 이미 일본과 중국 등 주요 경쟁국들은 글로벌 사우스의 전략적 부상에 주목하며, 이를 자국의 경제안보 정책과 긴밀하게 연계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그러나 글로벌 사우스 시장 진입에는 현지에 깊숙이 내재된 복합적인 리스크가 거대한 장벽으로 존재한다. 정책의 불확실성, 투자금 회수의 어려움, 그리고 전력 및 상하수도 등 기초 물리적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 등이다. 바로 이 딜레마의 교차점에서 공적개발원조(ODA)로 대표되는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가치가 조명받고 있다. 과거 빈곤 퇴치라는 시혜적 원조의 프레임을 벗어나, 국가와 기업 간 투자협력의 장애요인인 인프라 및 환경 규제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낮추는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으로 진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각된다. 특히, 오늘날 가장 중대한 화두인 회복탄력적 자원 공급망 구축과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생태계 확장 분야에서 ODA가 어떠한 전략적 역할을 수행
2026.03.04 06:01[한경ESG] 싱크탱크 리포트 지속가능성은 성과로 진화되고 있다. 관세, 무역 분쟁, 정책 변화, 지정학적 긴장 등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활동에 지속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전문 컨설팅사인 ERM은 2026년을 전망하는 연간 보고서를 내고 △성과로 이어지는 지속가능성 △에너지 딜레마 △지속가능성과 데이터 시대의 결합 △안전·보건·환경의 전환 등 4가지를 가장 큰 변화의 파고로 꼽았다.매출증·기후적응 관심…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ERM은 2026년을 ‘성과로 이어지는 지속가능성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지속가능성 활동을 재무적 성과에 명확히 기여하는 실행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 재무적 리스크를 완화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의 85%는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를 재무 성과와 명확히 연계하는 기업에 대해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상업적 성과 창출의 동인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딜로이트의 C레벨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3%가 지난 1년간 지속가능성 관련 매출을 증가시켰으며, 응답자들은 매출 창출을 지속가능성 활동의 주요 동기로 꼽았다. 이 맥락에서 업사이클링은 추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컨대 티파니, 판도라, 시그넷과 같은 주얼리 업체들은 재활용 소재를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시그넷은 이를 통해 최소 3500만 달러 상당의 금속을 5% 수준으로 제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후 적응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마시(Marsh)의 기후적응 2025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78%가 미래 기후 리
2026.03.04 06:00[한경ESG] ESG 핫 피플 “국제법이 짓밟히고 국제 협력이 약해지고 있다.세계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 지난해 10월 유엔(UN)은 창설 8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유엔은 주요 국제기구를 탈퇴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해 역사상 가장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월 21일 영국 런던의 메소디스트 센트럴홀에서 열린 유엔 80주년 기념 연설에서 “강력한 세력이 국제협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내용의 연설을 진행했다. 올해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마지막 임기가 되는 해다. 그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2017년부터 유엔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를 강조하며 각국 정부와 기업의 행동을 촉구하는 강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유엔난민기구(UNHCR) 수장 경험으로 인도주의 위기 대응에 이해도가 높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및 아프리카의 인도적 위기 등에 인도주의 지원 촉구를 지속해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의 역할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는 ‘세계적인 협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한두 개의 강대국이 세계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주요기구 탈퇴와 관련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서한을 보냈다. 외신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유엔이 재정 붕괴 위험에 처해 있으며, 오는 7월 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테
2026.03.04 06:00[한경ESG] 러닝/ 상법 개정 이후 기업의 과제는 ⓷상장회사의 이사 보수는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통과되는 안건으로 인식되어 왔다. 주주총회에서는 통상 ‘이사 보수 한도’를 승인하고, 실제 보수는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이 과정에서 보수 수준이나 결정 절차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사 보수의 적정성, 성과 연계성, 그리고 결정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외부의 검증이 강화되면서 보수 안건 자체가 주주총회에서 가장 민감한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이제 이사 보수는 형식적 승인 사항이 아니다. 이는 주주와 경영진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핵심 지배구조 이슈이며,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1. 이사 보수, ‘형식적 승인’에서 ‘핵심 리스크’로 이사 보수 승인 안건의 가장 큰 변화는 의결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법은 주 주가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사의 보수와 같이 자신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안건은 대표적인 적용 대상이다. 대법원 역시 이사·감사가 자신의 책임이나 이해와 직접 관련된 주주 총회 결의에 관하여는 특별이해관계 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40000 판결) 최근에는 이 원칙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특히 남양유업 사건에서 법원은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 결의에 있어 이사는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는 점을
2026.03.04 06:00[한경ESG] 싱크탱크 리포트⑩딜로이트·대한화장품협회(KCA) ‘화장품 패키징 규제 통합 가이드’글로벌 화장품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에 들어섰다. 친환경·지속가능성이 더 이상 소비 트렌드에 머무르지 않고 규제 영역으로 본격 확장되면서, 제품 자체보다 이를 담는 패키징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화장품 기업이 직면한 규제 환경을 한눈에 정리한 종합 보고서가 공개됐다.딜로이트와 대한화장품협회(KCA)는 최근 ‘화장품 패키징 규제 통합 가이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외 화장품 패키징 규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기업들이 실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 기준과 사례를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패키징, ‘겉 포장’에서 ‘경영 전략’으로 보고서는 화장품 패키징을 ‘제품 담는 용기를 넘어 브랜드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전달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정의한다. 화장품은 피부와 모발에 직접 닿는 제품인 만큼 내용물 보호와 안정성이 필수이며, 동시에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패키징은 단순한 디자인 요소를 넘어 ▲제품 보호 ▲정보 전달 ▲지속가능한 소비 유도라는 3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특히 친환경 패키징은 브랜드의 환경 책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국내에서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중심으로 화장품 과대 포장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보고서는 과대 포장을 ‘화장품의 포장 공간 비율과 포장 횟수 기준을 초과한 포장 행위’로 정의하
2026.02.03 10:00[한경ESG] 미래세대 환경교육 ② “‘기후 위험이 있습니다’가 아닌, ‘그 위험의 가격표가 얼마입니까’를 물어야 한다.” 전 영국중앙은행 총재이자 현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의 이 말은 더 이상 추상적인 경고가 아니다. 2022년 태풍 힌남노가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강타했을 때, 기후 위기는 명확한 숫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단 한 번의 기상 재난으로 생산라인이 멈췄고, 복구 비용만 2조 원이 들었다. 기후 위기가 과학자의 예측을 넘어 기업의 존속을 위협하는 ‘현실 속 위협’임을 보여준 사건이다. 과연 우리 기업은 그 가격표를 읽고 관리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기후 공시, 선택 아닌 글로벌 의무글로벌 기후 공시의 흐름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해 기후 관련 공시기준(S2)을 발표하며 기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체계를 글로벌 회계 기준으로 격상시켰다. 나아가, 2023년 최종 권고안에서는 기후변화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손실까지 재무 리스크로 공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홍콩은 2026년부터 모든 상장기업에 스코프 1·2(직간접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했고, 일본은 2027년부터 프라임시장 대기업을 대상으로 ISSB 기준 공시를 법제화했다.반면, 한국 금융위원회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의무화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 이후 구체적 로드맵 시점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이 제출한 보고서도 대부분 ‘자율공시’에 그치며, 국제기준은 물론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준비 격차마저 점차 벌어
2026.02.03 09:00[한경ESG] 상법개정 이후 기업의 과제는 ⓶상법 제382조의3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이상 기업은 주요 의사결정을 ‘결론’이 아니라 ‘과정’으로 설명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결과가 합리적이면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 결과에 이르는 절차가 허술하면 리스크가 커진다.주총 리스크의 중심이 ‘무슨 결정을 했는가’에서 ‘어떻게 결정했는가’로 이동하는 셈이다. 이에 2026년 정기주주총회를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는 항목을 5가지 체크포인트로 정리해본다.1. 안건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설명 가능해야 한다주총 안건은 상정 직전이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부터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기준으로 다시 짜야 한다. 정관 변경, 이사·감사(위원) 선임, 보수 승인, 배당 등은 거의 모두 소수주주의 주주 관여 활동 대상이 된다. 특히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 연계되거나 소수주주 이해에 영향이 큰 안건은 위험 기반(risk-based)으로 유형화해 강화된 심의·기록·설명 체계를 붙여야 한다.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수준이 아니라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논리의 완성도다. 안건별로 (1)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2) 가능한 대안과 비교, (3) 이해 상충 가능성, (4) 외부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 등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연결해야 한다.2. 주주 커뮤니케이션은 IR 이벤트가 아니라 거버넌스 프로세스다주주 커뮤니케이션은 IR(투자자 관계) 이벤트가 아니라 거버넌스 프로세스로 내재화돼야 한다.
2026.02.02 06:01[한경ESG] 러닝 - 상법개정 이후 기업의 과제①2025년 대대적 상법개정은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방향을 크게 전환하는 사건이 되었다. 특히 상법 제382조의 3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면서 앞으로 기업의 모든 주요 의사결정은 주주 전체의 이익과 형평성 고려라는 새로운 기준 아래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문언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이사회 의사결정의 절차적·내용적 정당성에 대한 요구 수준 자체가 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이 변화는 법원이 경영 판단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법원은 ‘충분한 정보수집’, ‘합리적 판단 과정’, ‘선의의 의사결정’ 등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해왔다. 그러나 개정 이후에는 여기에 더해 ‘총주주의 이익 보호 노력’과 ‘전체 주주에 대한 공평한 대우’가 실질적 판단 요소로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배주주가 관련된 합병·분할·자기주식 활용 등에서 기업이 훨씬 높은 투명성과 기록을 요구받게 됨을 의미한다.이사회 사전 검토 체계의 재설계 필요충실의무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영역은 이사회 안건의 사전 검토 절차다.많은 기업이 다음과 같은 구조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⓵ 안건 유형화와 리스크 분류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 관련된 거래, 소수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이 있는 구조, 공정성 논란이 우려되는 안건 등에 대해서는 일반 안건보다 한층 강화된 심의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 사전 단계에서 안건을 구분하지 않으면 실무적으로 모든 안건에 불필
2026.01.05 10:45[한경ESG] 러닝 - 미래세대 환경교육 ①2025년 11월, 정부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3.0)를 2018년 대비 최소 53%에서 최대 61% 감축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2026년 2월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이 목표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향후 10년간 우리 산업과 사회 전반의 저탄소 전환을 결정하는 법적 기준이면서 기업의 배출권 거래와 감축 의무를 규정하는 실질적 토대가 된다. 2020년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한 지 5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온실가스배출량은 연간 14톤으로, 유럽(7톤), 일본(9톤)의 1.5배 이상이다.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배출량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문제를 만든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경제성장과 개발, 소비 중심의 가치관이 위기의 씨앗이 되었다면, 이제는 생각과 문화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전환의 핵심에 ‘교육’이 있다.환경교육 예산 1인당 380원의 민낯유엔(UN)은 전 세계가 추구해야 할 공동 목표로 유엔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s)를 통해 지속가능한 청소년 환경교육을 강조했다. 교육받은 청소년들이 사회 지도자가 되었을 때 지속가능한 세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지만, 생활 방식을 바꾸기는 어렵다. 환경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데다 편리한 소비가 습관화되었기 때문이다. 습관으로 굳어진 생활 방식은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어릴 때 받는 교육이 중요하다.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그린뉴딜이 성공하려
2026.01.03 07:00[한경ESG] 러닝 - 수소경제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언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다. 에너지 전환이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국면에 접어들면서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성장전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소는 기후 대응 수단을 넘어 차세대 산업 질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좌우할 핵심 에너지원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소가 발전·철강·화학·운송 등 전 산업 부문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들은 2050년 글로벌 수소 시장 규모가 연간 약 1조4000억 달러(약 19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은 수소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규정하고 정책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수소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전력화가 어려운 산업 부문의 탈탄소를 가능하게 하며,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한국 수소경제 전략에 글로벌 주목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수소경제 전략을 추진해온 국가로 평가받는다.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고 수소경제 로드맵을 수립했으며, 청정 수소 인증제와 수소발전 의무화제도(CHPS)를 도입해 수소 수요를 제도적으로 창출하는 기반을 구축해왔다. 이는 수소를 단순한 기술개발 대상이 아니라 시장과 투자로 연결되는 에너지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적 방향성을 분명히 한 사례다.특히 CHPS와 청정 수소 인증제는 발전 부문을 중심으로 초기 수요를 안정적으로 형성함으로써 민간투자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역할을
2026.01.03 06:00[한경ESG] 러닝 - 미래 일자리와 정의로운 전환 ④기고=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기후 행동은 더 강한 경제와 더 많은 일자리,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의 더 나은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지난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폐막 연설에서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삶에 밀착된 기후 전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COP30에서 채택된 ‘벨렝 정치 패키지(Belém Political Package)’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약속을 구체적 행동과 전환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사국들은 기후 행동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전환 경로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으며, 오는 6월에는 구체적인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개발을 위한 협의가 시작될 예정이다.이제 정의로운 전환은 선언적 원칙을 넘어 국가별 법·정책 설계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논의의 범위 역시 기후를 넘어 AI·디지털 기술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로 확장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환경과 기술을 아우르는 모든 산업 전환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과제가 되고 있다.글로벌: 선언을 넘어 ‘정책 시스템’으로 국제적으로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근간을 형성하는 것은 2015년 국제노동기구(ILO)의 정의로운 전환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녹색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사회적 보호, 노사정 사회적 대화, 재교육·재배치, 사회 안전망 보강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며 각국 정책 설계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2023년 국제노동회의(ILC)에서도 각국 정책 수립의 핵심 참고 규범
2026.01.03 06:00[한경ESG] ESG 키워드 포커스 ⑨ EU CBAM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CBAM은 수입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이제는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제조공정의 탄소효율이 무역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열렸다. EU는 이미 2023년 10월부터 전환 기간(transition period)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수입업자는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분기별로 보고해야 하며, 2026년부터는 실제 배출량에 따라 EU 배출권거래제(ETS) 가격을 반영한 CBAM 인증서(CBAM Certificate)를 구매 후 제출해야 한다.현재 철강, 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이 1차 적용 대상이며, 2030년까지 화학·자동차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기업은 이제 단순히 제품 품질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 공정의 탄소 데이터를 입증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옴니버스 패키지로 정교해지는 CBAM2025년 초 EU가 발표한 ‘옴니버스 패키지’는 CBAM 제도의 복잡성을 줄이고 보고·검증 절차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 변화는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적용 면제 기준이 완화돼 연간 50톤 미만 수입은 CBAM 대상에서 제외된다.둘째, 보고 및 인증서 제출 기한이 유연화되면서 기업의 행정 부담이 일부 경감됐다.셋째, 내재배출량(embedded emissions) 산정과 검증 기준이 명문화된다. EU는 2025년 4분기 시행세칙을 통해 산정 방법, 제3국 탄소가격 공제 규칙, 검증 기관 요건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넷째, 2025년 10월부터 모든 절차가 ‘EU 통합 디지털 포털’에서 일괄 처리된다. 수입업체는 이 포털을 통해 제품별 배출 데이터
2025.12.03 06:01[한경ESG] 러닝 애플, 구글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기업이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도 해외 사업장은 이미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고 보고한 곳이 여럿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실제로 온실가스배출이 줄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온실가스 감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는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또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느냐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가 달라진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예컨대 한국 기업이 많이 활용하는 ‘녹색 프리미엄’은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거의 없는 반면 해외 기업, 특히 미국 기업이 많이 활용하는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은 감축 효과가 높다는 주장도 있다.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걸까? 한마디로 모두 맞기도, 모두 틀리기도 하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구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 또는 ‘임팩트’에 대해 명확한 정의가 부재했기 때문이다.같은 단어라도 일상에서 쓰일 때와 특정 분야의 전문 용어로 쓰일 때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온실가스 분야에서 ‘감축’이 바로 그런 단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온실가스배출량이 작년에는 100톤, 올해는 80톤이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일상적 표현으로는 “이 기업은 올해 온실가스를 20톤 감축했어” 또는 “20톤 줄였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그러나 온실가스 논의에서 ‘배출되지 않았다’는 것과 ‘줄였다, 감축했다’는 엄연히 다른 의미다. 일
2025.12.03 06:00[한경ESG] 러닝 - 기후테크와 NDC지구는 지금 기후 위기의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폭염, 홍수, 가뭄은 더 이상 뉴스 속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고, 에너지·식량·산업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기후 위기는 국가와 기업의 생존 전략을 근본부터 재정의하게 만들었으며, 이제는 탄소감축이 곧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다. 한국은 이러한 위기를 규제의 벽이 아닌 미래산업의 성장 공식을 설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의 대응 전략은 2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기후테크(climate tech) 산업을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엔진으로 삼는 산업 혁신 전략이고 둘째, 이를 실행력 있게 뒷받침하는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다. 이 두 축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국가성장 비전이라 할 수 있다. 폭발적 성장하는 기후테크 기후테크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PwC에 따르면, 기후테크 투자 규모는 2013년 4억 달러에서 2023년 430억 달러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배터리, 수소,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그린 데이터 플랫폼 등은 기술 상용화 속도가 빠르며,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도 전 세계에 110개를 넘었다.예컨대, 영국의 옥토퍼스 에너지는 재생에너지 공급과 스마트 그리드 플랫폼으로 기업가치를 90억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700만 고객을 확보했고, 스웨덴의 H2 그린 스틸은 수소 기반 녹색 철강 공장을 건설하며 50억 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매
2025.12.03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