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폭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전선 뭉치) 등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쟁 탓에 우크라이나 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차량 내부 전기 배선을 정리하는 와이어링 하네스가 부족해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자동차 속 전자부품을 연결하는 배선 뭉치다. 값이 비싸진 않지만 차량마다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데다 이 부품을 기반으로 자동차 조립을 시작한다. 와이어링 하네스가 없으면 자동차 생산 공정이 연쇄적으로 멈춘다.

우크라이나에 있던 차량용 부품 공장 40여 곳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우크라이나 공장은 가동할 여력이 있지만 현지에서 물품을 옮길 물류망이 사실상 무너졌다. 트럭 운전을 담당하던 만 18~60세 남성들이 군대에 징집됐기 때문이다. 난민 행렬이 이어지면서 차량 운행도 어려운 상태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공정 과정이 복잡해 생산 시설을 단숨에 바꾸기 어렵다. 1㎞ 넘는 케이블과 연결 장비 수백 개를 수동으로 감고 시험해야 해 숙련된 일손이 필요하다. 신규 설비를 구축하는 데 3~6개월가량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설비 구축 비용은 10만~200만파운드(약 1억6000만~32억4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와이어링 하네스 조달이 막힌 탓에 생산을 멈췄던 BMW 폭스바겐 등은 우크라이나산 부품이 필요한 일부 차종을 빼고 생산을 재개했다. BMW는 인기 차종인 ‘미니’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차량 인도 시기가 3개월 정도 늦어질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일부 차량용 부품 업체는 폴란드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으로 설비 이전에 나섰다. 전쟁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숙련된 우크라이나의 여성 근로자들도 신규 공장 출근을 약속한 상태다. 일각에선 전쟁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의 차량용 부품 제조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