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좋아하는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일상이 된 SNS 플랫폼 틱톡, 메타버스 대표주자 로블록스….

가장 젊은 혁신기업들이다. 이들을 말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또 하나의 기업은 워너뮤직그룹이다. 벤처캐피털(VC)도 정보기술(IT) 회사도 아닌, 1957년 설립된 ‘세계 음반사의 산증인’ 워너뮤직이 언급되는 이유는 콘텐츠의 힘 때문이다. 워너뮤직은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며 음악 콘텐츠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모건스탠리가 내년까지 가져갈 만한 ‘2022년을 위한 오래되고 가치있는 주식(vintage values) 목록’에 워너뮤직을 올린 이유다.

코로나19 와중에도 2분기 흑자전환

음반은 거들 뿐…메타버스 올라탄 워너뮤직
워너뮤직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3억4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였다.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다. 영업이익은 1억5000만달러, 순이익은 6100만달러를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60년도 더 된 기업이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새내기 종목이다. 작년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종가는 30달러 수준이었다. 지난 25일 주당 37.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워너뮤직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MP3 시대가 열리면서 불법 다운로드로 음반시장은 몸살을 앓았다. 카세트테이프, 바이닐(LP)이나 CD로 좋아하는 음악을 사서 소장하는 사람은 유난스러운 음악 애호가 취급을 받는 시대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공연장 무대에 조명이 켜지지 않은 지 오래다. 워너뮤직은 지난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기대를 모았지만 미진한 실적 탓에 결과는 부진했다. 주가가 40달러 선을 뚫지 못하고 횡보했다.

로블록스에 대규모 투자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워너뮤직그룹을 향후 12개월간 보유하면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목표주가는 46달러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로 12년째 매년 리서치를 토대로 고객에게 12개월간 보유할 만한 주식 목록을 보내고 있다.

워너뮤직그룹이 디지털 음원 시장에 빠르게 적응했기 때문이다. 2017년 미국 컨설팅사 액센츄어 등에서 기술책임자를 맡았던 랠프 먼슨을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영입하고 디지털 전환을 서둘렀다.

음반 생산 방식도 바꿨다. 기존에는 무조건 가수가 스튜디오에 방문해 곡을 녹음하고 다듬어야 했다. LP나 CD 제작 공정에 맞춘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워너뮤직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굳이 스튜디오를 찾지 않고 집에서도 음원을 가공할 수 있다.

혁신기업에 투자하거나 새로 등장하는 산업 분야의 기업과 협업하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올초 워너뮤직은 메타버스 대표 기업 로블록스에 5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메타버스가 음악 콘텐츠를 유통할 새로운 공간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혁신기업은 음악 스트리밍 시장을 키우는 효자 노릇도 하고 있다.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음반 시장은 최근 5년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애용한다고 해 유명해진 차세대 운동기구 펠로톤도 그런 사례다. 펠로톤의 기구에는 모니터가 달려 있고 여기에 운동 프로그램 등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홈트레이닝계 넷플릭스’로 불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9개월간 펠로톤이 지출한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음악 사용료다.

모건스탠리는 “사용자들이 음악 배경이 중요한 틱톡과 펠로톤 등을 이용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워너뮤직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카디비, 리조, 에드 시런, 콜드플레이 등 슈퍼스타들의 올 하반기 음반 발매도 예정돼 있다. 올 들어 주춤하던 주가는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