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핑크 블랙록 CEO. /세계경제포럼
래리 핑크 블랙록 CEO. /세계경제포럼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그룹이 지난 1분기 엔비디아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공지능(AI)에 관련된 기업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애플, 맥도날드, 나이키, 스플렁크 등 소비재 관련 기업 비중은 줄였다.

27일(현지시간)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엔비디아 비중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작년 말에는 2.27%였는데 3월 말에는 3.83%까지 비중이 커졌다.
블랙록이 지난 3월 말 제출한 13F 보고서의 주요 매수 매도 종목 현황. /웨일 위즈덤.
블랙록이 지난 3월 말 제출한 13F 보고서의 주요 매수 매도 종목 현황. /웨일 위즈덤.
블랙록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상위종목은 대부분 미국 빅테크로 구성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5.35%) 애플(AAPL·4.15%) 엔비디아(NVDA·3.83%) 아마존(AMZN·2.68%) 메타(META·1.8%) 등이다. 블랙록은 지난 분기 이 중 4개 종목의 비중을 확대했다. 엔비디아(1.56%↑) 메타(0.38%↑) 아마존(0.25%↑) 마이크로소프트(0.18%↑) 등이다. 이 중에서 소외된 것은 애플 뿐이다. 애플에 대한 비중은 5.12%에서 4.15%로 줄었다.

블랙록은 거느리고 있는 여러 펀드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지분 7.28%, 엔비디아 지분 6.26%, 아마존 지분 6.15%, 메타 지분 5.84%, 구글 모회사 알파벳 지분 3.15%와 구글의 클래스C 주식 2.69% 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주식을 2007년 무렵에 처음 취득했다. 상위 10개 주식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84%다.

블랙록의 정보기술(IT) 투자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2022년 4분기에는 이 비중이 21.31%였으나 지난 1분기에는 26.94%까지 상승했다. 대신 헬스케어 비중은 이 기간 동안 14.93%에서 12.04%로 줄었고 파이낸스 비중도 16.44%에서 14.96%로 감소했다. 헬스케어에 대한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비중 축소와 별개로 블랙록은 일라이릴리(LLY)에 대한 투자 비중을 0.23%포인트 확대했다. 일라이릴리에 대한 블랙록의 지분율은 1.41%포인트 상승한 6.85%였다.
블랙록은 IT 비중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대신 금융 및 소비재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고 있다. /웨일 위즈덤
블랙록은 IT 비중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대신 금융 및 소비재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고 있다. /웨일 위즈덤
최근 폭등하고 있는 주식인 브로드컴(AVGO)에 대한 추가 매수도 눈에 띈다. 블랙록 포트폴리오에서 이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0.99%에서 1.08%로 상승했다. 브로드컴에 대한 지분율도 0.6%포인트 높아진 7.53%에 달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 본사가 있는 브로드컴은 반도체 및 인프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회사다. 매출의 대부분이 반도체 쪽에서 나온다.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브로드컴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아바고테크놀로지가 2016년 인수했으며 이 결과 현재도 티커심볼로 AVGO를 쓰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VM웨어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급등한 브로드컴 주가
급등한 브로드컴 주가
전부 내다 판 주식도 적지 않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플렁크는 작년 말까지 블랙록의 운용자산 중 0.05%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1분기에 모두 매각 처분됐다. 스플렁크는 기계가 생성한 빅 데이터를 웹 스타일 인터페이스를 통해 검색, 모니터링,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다.

시스코는 지난 3월 말 주당 157달러, 총 280억달러(약 37조원)에 이 회사를 인수했다. 시스코는 나스닥에 상장돼 있던 이 회사를 합병하고 상장을 폐지했다. 블랙록이 보유하던 1186만주도 이 과정에서 모두 매각됐다. 157달러를 그대로 적용했다면 18억6000만달러 가량을 회수한 셈이다. 2012년부터 스플렁크에 투자해 온 블랙록으로서는 짭짤한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