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금요일>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사흘간의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앞두고 24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조용한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어제 하락한 탓인지 주식 선물은 반등세를 보였고, 어제 올랐던 금리는 약보합세를 나타냈습니다.

오전 8시 30분 발표된 4월 내구재 주문은 0.7%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어 예상 -0.5%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하지만 3월 데이터는 +2.6%에서 +0.8%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상무부가 계절 조정 모델을 업데이트하면서 큰 폭 조정이 발생했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내구재 주문은 항공기(민간/군수), 자동차 등 변동성이 큰 요인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데요. 4월 전체 주문은 늘었지만, 군수품을 빼면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기업의 투자를 보여주는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주문은 전월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월 0.1% 감소에서 개선된 것이죠.

웰스파고는 "내구재 주문은 4월까지 석 달 연속 증가했다. 지난 1월에 그전 7개월 중 5개월 감소했던 것과는 달라졌다. 자본 비용은 여전히 높고 일부 산업은 여전히 압박을 느끼고 있지만, 4월 내구재 보고서는 해당 부문이 몇 달 전보다 좀 더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데이터는 어제 S&P 글로벌 조사에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큰 폭 상승한 것과 궤를 함께합니다. 약간의 매파적인 데이터죠.

골드만삭스는 내구재 주문이 나온 뒤 2분기 GDP 증가율 추정치를 연율 3.2%로 0.1%포인트 높였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이보다 높은 3.5%로 추정하고요.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 9시 30분 0.2~0.3%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이런 시장을 위로 확 밀어 올린 것은 오전 10시 발표된 미시간대 5월 소비자심리지수(확정치)였습니다.

지수는 5월 69.1로 집계됐습니다. 4월 77.2보다는 급락한 것이지만 이달 중순 발표됐던 5월 예비치 67.4보다 1.7포인트 상승한 것입니다. 미시간대 조사 책임자인 조애너 수 교수는 "소비지 심리 악화는 다양한 요인이 소비 지출에 하방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조사에 포함된 인플레이션 기대였습니다. 1년(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3%로 4월 3.2%보다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5월 예비치가 3.5%로 발표됐던 것보다 낮게 나왔죠. 5년(장기) 기대치도 3.0%로 전월과 같았고, 5월 예비치 3.1%보다 낮아졌습니다.

RSM은 "휘발유 가격 하락이 인플레이션 기대치 개선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세부 질문을 보면 향후 노동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소득 증가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 거죠. 고금리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아졌습니다.

어제 PMI가 데이터가 경제 활동이 2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나타낸 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었죠. 그런데 오늘 인플레이션 기대가 예비치보다 둔화하고, 노동시장에 대한 걱정이 커진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은 이를 반겼습니다. '나쁜 뉴스가 좋은 소식'으로 작용한 것이죠.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가속했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결국, 나스닥은 1.10%, S&P500 지수는 0.70% 상승했고 다우만이 0.01% 강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채권 시자에서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8bp 내린 4.467%를 기록했고 2년물은 1.5bp 상승한 4.948%에 거래됐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미시간대 발표에서 배운 것은 소비 지출이 둔화하여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 궤적에 대해서도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매파'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발언도 오늘은 시장에 부정적이지 않았습니다. Fed 내부에서 중립금리에 관한 토론이 깊게 진행될 것(보스틱 총재 발언)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월러 이사는 오늘 “나의 '장기중립금리(r-스타)가 상대적으로 낮다'라는 견해를 바꾸게 하는 어떤 것도 단기적으로 볼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인구 구조, 세계화, 규제로 인해 국채 수요가 증가하고 실질 수익률이 낮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지속 불가능한 재정 경로를 밟고 있다. 국채 공급 증가가 수요를 앞지르기 시작하면 이는 금리 상승을 의미하며 중립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어제 9.3% 폭등한 엔비디아는 2.57%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올해 들어 상승률은 115%에 달합니다. 엔비디아는 엄청난 실적뿐 아니라 10대 1 주식 분할을 발표해 투자자들을 기쁘게 했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엔비디아는 매그니피선트 7(Mag 7) 주식 중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에 이어 2022년 이후 주식 분할을 발표한 네 번째 기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S&P500 기업 중 주가가 500달러 이상인 36개 기업을 다음 분할 후보로 꼽았습니다. 브로드컴, 슈퍼마이크로, 서비스나우, 넷플릭스 등 주요 기술기업과 부킹홀딩스 등이 포함됩니다. 또 Mag 7중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도 임계값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분할한 주식은 향후 12개월 동안 총 수익률이 25%에 달해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총 수익률 12%를 넘습니다. 그렇다고 분할한 모두 주식이 오르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분할을 발표한 회사 중 30%는 향후 12개월 동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늘은 다른 반도체 주식, 빅테크도 상승에 동참했습니다. AMD는 3.7%, 퀄컴 4.26% 상승했고 마이크론도 2.55% 뛰었습니다. 메타가 2.67%, 애플이 1.66% 상승했고 테슬라도 3.17%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퍼스트솔라는 오늘도 10.78% 뛰었습니다. 지난 5일간 상승률이 39.46%에 달합니다. 찰스 슈왑은 "AI로 인해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 태양광 업체들도 AI의 주요 수혜 주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AI 지출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세액 공제가 퍼스트솔라의 이익을 2023년 주당 7.74달러에서 2027년 주당 거의 37달러로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태양광 주식은 또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발표에 따른 혜택도 얻고 있습니다. 미국은 올해 중국산 태양전지에 기존의 두 배인 50% 관세를 부과할 계획입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하지만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주식은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어제 주요 업체 중 하나인 워크데이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예상보다 낮은 분기 매출과 함께 이번 회계연도 구독료 매출 가이던스를 낮춘 탓입니다. 칼 에스첸바크 CEO는 "구독 갱신 때 우리 예상보다 고객들이 구매 수준을 낮추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워크데이는 15.33% 폭락하면서 동종 업체 주가를 함께 끌어내렸습니다. 세일즈포스는 2.25% 하락했고 서비스나우도 2.59% 내렸습니다. 투자자들은 반도체, AI 관련 지출 증가로 기업들이 다른 곳에 대한 투자를 줄일 가능성을 우려해 왔는데, 그런 증거가 나온 것이죠. BVP클라우드 지수는 연초부터 4.55% 하락했는데, 나스닥이 15% 가까이 오른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뒤처진 것입니다. 번스타인은 워크데이 보고서에서 "우리는 이게 특정 회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거시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긍정적 시장 분위기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경제와 기업 이익이 성장함에 따라 Fed가 올해 금리 인하를 포기하더라도 주식 시장은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로 치솟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올해 100일(~5월 23일) 동안 S&P500 지수가 10% 상승했는데, 이런 강력한 상승세는 남은 기간 더 많은 강세를 끌어내는 경향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1950년 이후 S&P 500이 처음 100거래일 동안 최소 10% 상승할 때마다 주식은 약 25%의 평균 수익률로 한 해를 마감했습니다. 사실 지난해에도 이맘때 S&P 500은 8% 이상 상승했었고, 결국 24% 상승하며 한 해를 마쳤었죠. 특히 올해처럼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는 연도에는 평균적으로 30% 수익률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르네상스 매크로는 "월가 전략가들은 기본적으로 황소에게 굴복했다. 지금 S&P500 지수보다 더 낮은 목표를 내세워온 그들은 인제야 앞으로 증시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사이클 후기 강세장의 신호다. 그러나 이는 2024년 후반기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약간 조심스럽습니다. 그는 주식 시장의 랠리가 과열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지수의 약 71%가 50일 이동평균선 및 200일 이동평균선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88%를 넘으면 역발상 매도 신호가 촉발됐었다는 겁니다.

바클레이스는 "랠리가 지쳐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의 확장된 주식 포지셔닝과 계절적인 추세, 그리고 랠리의 배경이던 기업 실적 시즌이 끝나감에 따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의 9월 인하 베팅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하 베팅은 어제 51.2%에서 오늘 49.3%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비둘기파적인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를 매파적인 '내구재 주문' 데이터가 상쇄한 탓일 것입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최근 모건스탠리가 7월 금리 인하 예측을 9월로 바꿨었는데요. 7월 예상을 유지하던 골드만삭스도 오늘 9월로 전망을 늦췄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 초 Fed 위원들은 7월 금리 인하에는 괜찮은 인플레이션 수치 개선뿐 아니라 경제 활동이나 노동시장 데이터에서도 의미 있는 둔화 징후가 필요할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어제 강한 5월 PMI와 낮은 신규 실업급여 청구가 나왔고, 7월에 금리를 내릴 것 같지는 않다"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삭스는 "9월 FOMC 회의까지는 넉 달 동안의 추가 소비자물가(CPI) 보고서가 나온다. 우리 예상대로 월간 근원 CPI 인플레이션 평균이 높은 0.2%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낮은 0.2% 수준까지 떨어진다면 대부분의 FOMC 참가자들은 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9월까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만 완벽하지는 않으며 여전히 전년 대비 상승률에 비춰보면 인하 결정은 덜 확실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와 관련, 다음주 31일 4월 PCE 물가가 발표되는데요. 골드만삭스는 근원 물가가 전월 대비 0.26%, 전년 대비 2.8%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와 같은데요. 그런 예측대로 나와야 겨우 9월 인하가 이뤄질 수 있겠지요. 그래서 모두가 소수점 셋째 자리까지 따져볼 것입니다. 에버코어 ISI는 "근원 물가 데이터는 두 달 후부터는 어려운 비교 대상과 마주할 것이다.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의 근원 PCE 물가의 월간 상승률은 상당히 낮았다. 이는 시장이 올해 하반기 Fed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상황에서 근원 PCE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둔화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앞으로 3개월 또는 6개월 동안의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점점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 안 내려도 상승" vs "랠리 지쳤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최근 패스트푸드 업체, 유통업체 일부에서 소비자 지출이 둔화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PCE 물가와 함께 나오는 4월 개인소비지출, 개인소득 등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주 콘퍼런스보드의 6월 소비자신뢰지수도 발표되는데요. 마찬가지 차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주 리치먼드와 댈러스, 그리고 시카고 지역에서 지역 PMI도 공개됩니다. S&P 글로벌이 이번 주 발표한 것처럼 전반적인 경기가 개선되고 물가는 다시 반등하는 상황이 지역 PMI에서도 나타날지 봐야 합니다.

어닝시즌은 유통사 중심으로 이어집니다. 코스트코, 베스트바이, 달러제너럴 등이 실적을 공개하고 세일즈포스, 델도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델은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은 뒤 연일 폭등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