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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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리와 연구원들을 인용해 "군수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애국' 기술 투자자와 그들의 스타트업 중 상당수가 주요 적국인 중국과 깊은 관계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작년 7월부터 캘리포니아 소재 벤처기업들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 컴퓨터 분야의 대중국 투자를 조사해왔다.

샌프란시스코만 주변에서 페이스북, 구글, 에어비앤비 출시를 도운 벤처캐피탈(VC) 기업들이 전장 소프트웨어, 군용 드론, 자율 잠수함 등 군수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리콘 밸리가 수년간 중국에 투자해 온 것과는 반대 흐름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으로 인해 군수 산업이 잠재적으로 수익성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리콘밸리 기업과 미 국방부를 연결하려는 비영리 단체인 실리콘밸리 디펜스 그룹(Silicon Valley Defense Group)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 캐피탈리스트는 규모와 성장을 기준으로 상위 100대 국가 안보 스타트업에 총 4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애플과 구글의 초기 투자사인 세퀘이어 캐피탈은 지난달 마하인더스트리라는 수소 동력 무기 시스템 개발 기업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군용 드론과 전장 시뮬레이션 기술에도 투자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출시를 도운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는 올해 처음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방위 기술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세퀘이의 관리 파트너인 로엘로프 보타는 힐&밸리 포럼에서 “세상은 평평했고 언제나 경제 성장이 우리 모두를 하나로 모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퀘이어의 미국 펀드는 국가 안보 문제로 인해 미국 의회가 금지 또는 매각명령을 내린 틱톡의 모회사 중국 바이트댄스의 주요 주주다. 세쿼이아는 지난 2월 발표된 의회 위원회 보고서의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이전 중국 사업부가 중국 군대에 납품해 인권 침해에 기여하는 중국 칩 회사와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오랜 기술 투자자이자 할리우드 프로듀서 출신인 토마스 툴은 약 3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방산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회사의 이사회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 군사 기관으로 지정한 투자 회사인 IDG캐피털의 전 공동 회장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