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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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은 8일(현지시간) 60년 만에 쉐보레 말리부 생산을 올해 말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최대 30만대에 달하는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소비자 선호도 변화에 집중하기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이 올해 11월부터 미국 패어팩스 공장에서 중형 세단 말리부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딜락 XT4의 가솔린 모델도 내년 1월부로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다만 캐딜락 XT4는 조립 라인 조정을 거친 후 생산을 재개한다. 내년 말부터 GM은 약 3억9000만달러(약 53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와 XT4를 생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신형 쉐보레 볼트에는 자사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얼티엄'이 탑재될 예정이다.

2024년형 말리부 /사진=쉐보레
2024년형 말리부 /사진=쉐보레
말리부는 단종 배경에는 부진한 실적이 있다. 말리부는 1964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9세대 모델까지 출시되며 1000만대 이상 팔린 GM의 효자 상품이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 내 연간 판매량 20만대를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이 대형 SUV와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2018년부터 연간 판매량은 연간 15만대 이하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에는 연간 판매량이 13만대에 그쳤으며, 4분기 인도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7%가량 하락했다. 올 1분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1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GM은 전기차 생산량과 목표치를 올려잡으며 전기차 사업 부문을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GM은 올해 북미에서 20만~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보다 10배 늘어난 수치다. 1분기 전기 자동차 생산량은 전 분기 대비 74% 늘었다. 대형 배터리 팩 제조 능력을 저해했던 병목 현상을 완화하면서다. 케빈 켈리 GM 대변인은 "2025년 말 생산이 재개되면 페어팩스 공장의 동일한 조립 라인에서 볼트와 XT4를 모두 생산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GM은 고객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SUV를 찾는 미국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비인기 차종을 정리하는 추세다. GM은 지난해 미국 머슬카를 대표하는 쉐보레 카마로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GM과 경쟁하는 미국 내 완성차업체인 포드도 2018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세단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단 및 소형차 부문에서 도요타, 혼다, 현대 등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의 전성기때와 비교하면 세단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