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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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영국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는 정권교체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이자 전초전으로 꼽혔다.

4일(현지시간) 나온 개표 상황에 따르면 지난 2일 잉글랜드 일부 지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선 11개 직선 시장 자리 중 10개를 노동당이 석권하고 보수당은 티스 밸리 단 1곳만 지켰다.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지방의회에서 보수당 의석수는 기존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보궐선거가 진행된 블랙풀 사우스 하원의원 의석도 노동당 후보에 내줬다.

BBC는 "이번 지방선거 득표율을 전국 단위로 환산하면 보수당은 역대 최저인 25% 득표율에 그치고 노동당은 34%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보수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20%포인트 뒤처지는 20% 안팎의 낮은 지지율로 고전해 왔다. 이번에 선거가 치러진 지역은 대부분 2021년 지방선거를 치른 곳이다.

당시에는 보수당이 코로나19 백신 효과로 선전했으나, 불과 3년 사이 보수당에 대한 뒤집힌 민심이 이번 선거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됐다.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보수당에는 40년 만에 최악인 성적표"라고 했다.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뽑은 유권자 26%가 노동당으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AP 통신은 "이번 선거 결과는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14년 만에 재집권할 것이라는 예상을 강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14년간 집권한 보수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이 쌓이고 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영국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연속으로 역성장세를 기록해 기술적 경기침체 상태에 진입했다. 보수당 정부가 보수층 유권자의 표심을 다지기 위해 추진한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은 인권 침해 논란 속에 시행이 지연됐다.

압승한 제1야당 노동당은 조기 총선 압박을 높이고 있다. 집권 보수당 안팎에서 리더십 위기에 직면한 수낵 총리는 "헌신적인 지방 의원들을 잃어 실망스럽지만, 이는 우리의 계획을 계속 진전시키겠다는 내 결의를 몇 배로 키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보수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당내 강경파가 수낵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총선 직전에 리더를 바꾸면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영국 수도 런던에서는 노동당의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집권 보수당 후보를 꺾고 3선에 성공했다. 칸 시장은 2016년 처음 런던 시장에 당선된 이래 8년간 재임해 왔다. 칸 시장은 첫 번째 3선 런던 시장이 됐다.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공공주택에서 버스 운전 기사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법학을 전공한 뒤 인권 변호사로 일했고 런던 자치구 의원을 거쳐 200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중앙 무대로 진출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