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꼬리표' 제재에…非러시아산 알루미늄, 37년래 최고치 [원자재 포커스]
씨티 "가격 양분화 현상…非러시아산 급등"
골드만 "중국, 터키가 대신 흡수할 것"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1987년 이후 장중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과 영국이 세계 최대 거래소에서 러시아산 알루미늄과 구리, 니켈 등의 신규 공급을 금지한 뒤 공급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니켈과 구리도 상승세를 보였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장중 한때 9.4%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며 전장 대비 2.8% 오른 t당 2562달러에 거래됐다. 구리는 전거래일보다 1.6% 오른 t당 9604달러에 거래됐다. 22개월여만에 최고치다. 니켈 가격도 1.5% 상승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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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과 영국의 러시아산 금속 제재 조치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 재무부는 지난 12일 "미국과 영국 정부의 공동 조치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런던금속거래소(LME)가 러시아산 알루미늄, 구리, 니켈의 4월 13일 이후 신규 생산 물량을 취급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또한 러시아산 알루미늄, 구리, 니켈에 대해 자국으로의 수입을 각각 금지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2년 넘게 끌고 있는 러시아의 자금줄을 압박하는 차원이다. 미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지난 2년 동안 금속 판매 대금으로 400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컨설팅 업체 CRU 그룹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 세계 알루미늄의 6%, 구리의 4%, 니켈의 5%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고순도 니켈 금속의 경우 러시아산 비중이 11%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양국은 이미 다수의 개별 러시아 금속 생산업체를 겨냥한 제재를 가한 바 있지만, 이처럼 직접적인 제재는 피해왔다. 세계 원자재 시장의 혼란을 우려해서다. 특히 전 세계 팔라듐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러시아가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 중요한 팔라듐 공급을 차단해 보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런던금속거래소 등에 러시아산 금속이 과도하게 비축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과잉 공급이 벤치마크(기준물)의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3월 말 기준 LME 창고의 니켈 재고 중 36%, 구리 재고 중 62%, 알루미늄 재고 중 91%가 러시아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 재부부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들과의 협의 결과 금속 대부분이 잉여 상태라는 점을 파악했다"며 "이번 조치가 금속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나 생산자에게 타격을 입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산 꼬리표' 제재에…非러시아산 알루미늄, 37년래 최고치 [원자재 포커스]
LME는 "올해 4월 13일 이후에 생산된 러시아산 금속을 창고에 보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날짜 이전에 생산된 러시아산 금속의 경우 LME 창고 시스템에 반입될 수 있지만 별도의 카테고리로 표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그룹의 톰 멀퀸 애널리스트는 "이번 제재로 인해 새로 생산되는 러시아산 금속에 대한 할인폭이 더욱 커지고 거래소의 (비러시아산) 금속 가격은 오를 것"이라며 거래소 내 가격 양분화 현상을 전망했다.

다만 이번 제재는 거래소 밖에서의 러시아산 금속 거래를 막지는 못한다. 러시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 루살은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 금속에 대한 큰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제재가 생산량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니콜라스 스노든은 "중국, 인도, 터키가 미국, 영국 등 서방의 러시아산 금속 수요를 대신 흡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