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대형 기술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라 애플과 메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조사한다. 이달 초 법을 시행한 이후 첫 적용 사례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반독점 담당 집행위원과 티에리 브레통 내수담당 집행위원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애플과 알파벳, 메타의 DMA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집행위가 시장 지배력을 갖춘 플랫폼 사업자인 ‘게이트키퍼’로 선정한 6개 기업 중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위원회는 애플이 자체 운영체제인 iOS에서 기본 설정을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했는지, 소프트웨어 앱을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했는지, 브라우저와 검색 엔진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애플이 사용자가 기본 앱을 삭제하고 설정을 쉽게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는 DMA 조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알파벳과 관련해서는 구글 검색이 자사 서비스인 구글 쇼핑·항공·숙박을 우선적으로 표시하는지 조사한다. DMA 6조 5항은 게이트키퍼가 자사 서비스와 제품을 더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메타는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 데이터를 결합하거나 교차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DMA는 게이트키퍼가 핵심 플랫폼 이용자의 데이터를 제3자 또는 자사의 다른 서비스에 제공하거나 결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예컨대 메타가 페이스북을 통해 얻은 정보를 자사 플랫폼인 인스타그램, 메타 퀘스트에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광고 목적 데이터 수집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용료를 내도록 한 메타의 ‘유료 또는 동의’ 모델도 DMA에 어긋날 수 있다고 위원회는 보고 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애플과 알파벳, 메타가 제안한 해결책이 DMA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1년 이내에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해당 기업은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 반복 위반의 경우 2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위원회 발표 이후 애플은 “DMA를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메타는 “DMA를 포함한 중복 규제 의무를 준수해 서비스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구글도 “DMA에 따라 유럽 서비스를 크게 바꿨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