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이 새겨진 100달러 지폐. 한경DB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이 새겨진 100달러 지폐. 한경DB
100달러 지폐 발행량이 10년만에 2배로 늘며 미국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화폐로 쓰이고 있다. 동시에 100달러 지폐를 싫어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2년 100달러 지폐 발행량은 185억장으로 2012년 86억장 대비 115% 증가했다. 2017년부터는 1달러 지폐 발행량을 넘어서며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화폐가 됐다.

그러나 100달러 지폐는 점차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레이자 시슨(26)은 최근 뉴욕 벼룩시장에 100달러 지폐 5장으로 물건을 사려고 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상인들은 거스름돈을 줄 수 없다거나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디지털 결제만 가능하다고 했다. 카페와 동네 과일가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슨은 "특히 벼룩시장에서는 현금이 더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100달러 지폐가 불청객이 된 것은 돈을 거슬러주기 번거로워서만은 아니다. '위조 지폐' 위험도 사람들이 100달러 지폐를 꺼리는 이유다. 사람들은 100달러 지폐를 받을 때 불빛을 비춰 'USA 100'이라는 표시를 확인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거나, 위조 지폐가 닿으면 잉크가 검게 변하는 펜을 쓰기도 한다. 일부 매장에서는 위조지폐 감지기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전체 결제의 약 60%가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이뤄지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현금 사용은 급감했다.

그럼에도 100달러가 널리 보급된 것은 현금 보관용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Fed가 발행한 100달러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 보관돼있다.

학계에서는 고액권이 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헬렌 콜비 인디애나대 켈리 경영대학원 마케팅 조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20달러 지폐 5장에 비해 100달러 지폐를 받았을 때 물건을 구매할 의향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들어오는 형태가 사람의 소비 욕구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지폐 효과'다.

신용카드는 돈을 쓰고 난 후 카드를 돌려받지만 100달러 지폐를 쓰면 그 지폐가 사라지는 느낌이 드는 사례, 1달러 지폐는 쉽게 써도 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100달러 지폐는 매우 의미 있고 든든하게 느껴지는 사례 모두 지폐 효과의 일종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