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백금 가격 폭락에 직격탄 맞은 英 광산업체 [원자재 포커스]
영국 2위(시가총액 기준)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이 다이아몬드와 니켈 사업 부문에서 24억달러(약 3조원)를 상각하고 배당금을 축소했다. 이 회사는 백금 사업을 영위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자회사 직원 20%를 대폭 감원하기도 했다. 세계 경제의 탈탄소화 과정에서 핵심 원료로 꼽히는 원자재들의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은 지난해 자사가 대주주로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 생산업체 드비어스 관련 사업부에서 16억달러를 상각 처리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회사가 2004년부터 니켈을 캐 온 브라질 바로알토 광산 담당 사업부에서도 8억달러가 상각됐다.

대규모 상각 손실이 발생한 탓에 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94% 감소한 2억8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24억4000만달러)을 큰 폭으로 밑돌았다. 상각 처리가 반영되지 않은 세금·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99억6000만달러였다. 전년 대비 31% 줄었지만, 전망치(98억3000만달러)는 웃돌았다. 매출은 시장 예상(308억3000만달러)보다 낮은 306억5000만달러였다. 순 부채 규모는 69억2000만달러에서 106억1500만달러로 대폭 확대됐다.
다이아·백금 가격 폭락에 직격탄 맞은 英 광산업체 [원자재 포커스]
앵글로아메리칸은 2023년 배당액 규모를 주당 1.98달러에서 96센트로 대폭 줄였다. 최종 지급되는 총배당액 규모는 12억달러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앞서 며칠 전 이 회사는 남아공에서 백금을 생산하는 자회사 앵글로아메리칸플래티넘(Amplats)에서 3700명을 정리 해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감원 규모는 이 회사 전체 직원 수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앵글로아메리칸이 79% 지분을 갖고 있는 앵글로아메리칸플래티넘은 지난해 연간 이익은 140억파운드로, 전년 대비 71% 쪼그라들었다.

앵글로아메리칸의 주력 사업인 다이아몬드와 백금 가격이 폭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 따른 여파다.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랩그로운’(Laboratory Grown) 다이아몬드의 등장과 중국의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은 지난해 25%가량 하락했다. 전기차 전환 흐름에 따라 수요가 급감한 백금 가격도 35% 주저앉았다. 백금은 팔라듐, 로듐 등과 함께 내연차의 매연 정화 장치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다이아·백금 가격 폭락에 직격탄 맞은 英 광산업체 [원자재 포커스]
두 금속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진 탓에 앵글로아메리칸의 주가는 지난 1년간 40% 넘게 하락하며 BHP, 리오틴토, 발레 등 경쟁사 대비 유독 저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던컨 완블라드 앵글로아메리칸 최고경영자(CEO)는 시장가치 회복을 위해 “회사가 보유한 모든 자산을 매각 대상으로 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시장에선 앵글로아메리칸이 드비어스나 앵글로아메리칸플래티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나오고 있다.

니켈값도 45% 대폭 하락했다. 세계 최대 공급국인 인도네시아의 과잉 생산 영향이다. 이 밖에도 앵글로아메리칸은 지난해 12월 올해 구리 생산 목표치를 20만t 대폭 줄이고, 내년에도 추가 감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앵글로아메리칸의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상황이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백금 사업 등은 부진이 예상됐지만, 구리 감산 방침은 시장을 크게 놀라게 했다”고 분석했다.

완블라드 CEO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통해 올해 1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2022년 4월 완블라드 CEO가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앵글로아메리칸의 시가총액은 430억달러(약 57조원) 증발했다고 WSJ는 전했다.
다이아·백금 가격 폭락에 직격탄 맞은 英 광산업체 [원자재 포커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