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보자' 한때 6% 급락…엔비디아 여기까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2월 20일 화요일>

프레지던트 데이 연휴가 끝나고 개장한 20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별다른 경제 데이터 발표나 이벤트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장 관심은 내일 오후 뉴욕 증시 마감 이후에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엔비디아에 쏠렸습니다.

엔비디아의 4분기 매출은 206억 달러로 전년 동기 60억 달러보다 24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칩이 주도하는 데이터센터 매출은 거의 4배 증가한 170억 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주당순이익(EPS)은 4.63달러로 전년 동기 0.57달러보다 712%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고요. 정말 대단한 실적이죠.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네 번의 4분기 실적 발표 때 연속으로 트리플 비트(Triple beats)를 기록했습니다. 매출, 이익, 그리고 향후 실적 가이던스가 월가 추정치를 넘은 것을 말합니다.
'팔고 보자' 한때 6% 급락…엔비디아 여기까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 관심은 언제까지 엔비디아의 이런 '미친' 성장이 이어질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증권사 베어드는 오늘 엔비디아의 목표 주가를 기존 750달러에서 1050달러로 높였습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솔루션에 대한 지속적인 강한 수요 ▲기업 고객 모멘텀의 가속화 ▲곧 출시될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로 인한 제품 성능 향상 및 평균판매가(ASP) 상승 ▲TSMC의 생산능력 확대로 인해 하반기 칩 공급 개선 등이 그 이유입니다.

HSBC도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러나 800달러에서 835달러로 겨우 35달러를 높이는 데 불과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시한 이유는 대체로 부정적이었습니다. ▲엔비디아의 이익 성장 모멘텀은 2023년에 비해선 정점에 달하고 있다 ▲시장 기대치가 상승했다 ▲시장 규모(TAM)에 대한 새로운 기회가 향후 주가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매출은 경영진이 제시한 예측보다 약간 높은 206억 달러로 예상한다 ▲1분기 실적 가이던스는 시장 기대치를 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며 2025 회계연도 및 2026 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각각 7% 및 14% 하향 조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세대 칩인 B100 GPU 출시 지연 가능성 및 AI GPU 평균판매가(ASP) 가정 하향을 예측을 바꾼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이렇게 예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엔비디아 주가는 개장과 함께 급락세로 출발했습니다. 한때 6% 넘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4.4%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 때문에 시가총액 3위에서 5위로 다시 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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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코어 ISI는 "엔비디아의 2022년 10월 이후 상승세는 시스코가 1998년 10월부터 2000년 3월 닷컴버블 붕괴 때까지 오른 것과 동일하다. 포지셔닝은 너무 확장되었고 옵션 스큐(skew)가 너무 강해(즉, 콜옵션 매수로 치우쳐서) 오히려 역발상 매도 신호로 해석된다. 우리가 보기엔 슈퍼마이크로의 지난 16일 급락 반전은 FOMO 랠리 끝의 시작"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많은 트레이더들이 엔비디아 주가 상승에 베팅해서 포지션을 구축했는데, 실적 발표가 다가오자 일부 공격적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찰스 슈왑은 "약한 계절성과 결합된 기술주의 단기적 추세 반전 신호는 아마 일부 트레이더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 앞서 차익실현을 하도록 장려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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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관련되어 지난주 명목 가치를 기준으로 5000억 달러 상당의 옵션이 거래됐습니다. 한때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던 테슬라보다 훨씬 많습니다. 오늘 옵션 중 가장 많이 거래된 것은 주가 800달러, 혹은 1300달러에 실행되는 콜옵션이었습니다. 강세 전망이 많은 것이죠. 그러나 550달러, 600달러, 680달러 풋옵션도 거래가 많습니다. 지난주 14일 746달러의 사상 최고치에서 오늘 장중 677.34달러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680달러 풋옵션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오늘 상당한 수익을 냈을 것입니다.

IT 전문매체 인포메이션의 보도도 부정적이었습니다. 대형 고객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네트워킹 카드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죠. 개발에는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으며, 성공할 경우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 서버에서 AI를 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프로세스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썼습니다.

다만 엔비디아가 다음 달 GTC 콘퍼런스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주가가 하락 폭을 일부 만회했습니다. 과거 GTC 전후로 엔비디아 주가는 6%가량 상승했었습니다.

시총 3위 엔비디아가 급락세를 보이자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자동으로 매도물량이 나왔습니다.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악화하여 나스닥 내림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지난주 주당 1000달러를 넘었던 슈퍼마이크로(-1.96%)의 경우 지난 금요일 19.9% 급락한 데 이어 오늘도 한 때 10% 이상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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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0.41%) 주가 내림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6일 연속 하락하면서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애플의 대주주 버크셔 해서웨이의 일부 주식 매도 소식이 계속해서 애플 주가의 발목을 잡는 형국입니다. 최근 애플 공매도 사실을 밝혔던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오늘 "애플 주가가 단기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공매도를 청산하고 주식을 다시 매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낮은 매출 성장률 등을 들어 오래 갖고 있을 건 아니라고 했지만요.

지난주 큰 폭 반등했던 테슬라(-3.10%)도 떨어졌습니다. '테슬라 강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테슬라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설문을 해 19일자 보고서를 냈습니다.

먼저 주가 전망과 관련, 응답자의 60%는 올해 연말까지 테슬라 주가가 S&P500지수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고 26%만이 초과 성과를 점쳤습니다. 약세 전망이 강세보다 2 대 1 이상 더 많았습니다. 또 응답자의 75%는 주가가 올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밝혔고, 특히 27%는 주가가 100달러 이하에서 바닥을 만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테슬라를 AI 테마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응답자 4분의 1 미만이 테슬라 주식이 포트폴리오에서 AI 노출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의 압도적 약세 심리 속에서도 테슬라에 대한 비중확대 등급과 345달러 목표 주가를 유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테슬라를 자동차 주식+ 에너지, AI/로봇공학 회사로 본다, 테슬라의 자동차 사업에 대한 가치는 목표 주가 345달러의 22%인 75달러에 불고하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부정적 변화는 매우 중요하며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다른 사업에서의 지속적 발전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중 상당수는 자동차 관련, 즉 테슬라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비롯되는 서비스 매출 기회이며, 옵티머스로 대표되는 AI/로봇도 중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팔고 보자' 한때 6% 급락…엔비디아 여기까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는 엔비디아 등 기술주 하락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다우 지수는 0.17%, S&P500 지수는 0.60% 내렸고 나스닥은 0.92% 하락했습니다.
'팔고 보자' 한때 6% 급락…엔비디아 여기까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삭스의 토니 파스쿼릴로 헤드펀드 담당 글로벌 헤드는 CNBC 인터뷰에서 "엄청난 주가 상승세, 3위에 달하는 시가총액, 시장을 이끌어온 AI 테마 대장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단기적으로 엄청난 무게를 지닌다. 현재 옵션 거래를 바탕으로 한 내재변동률은 11%에 달한다. 시가총액 2000억 달러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러나 헤지펀드 고객들이 여전히 대형기술주를 사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스쿼릴로 헤드는 "매그니피선트 7(Mag 7)은 지구에서 가장 많은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그중 많은 부분을 주주에게 돌려준다. 이들은 현금흐름의 60%를 재투자하는데, 나머지 493개 기업은 그의 3분의 1 정도만 투자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Mag 7과 경쟁할 수 있겠나. 헤드펀드들이 소형주, 헬스케어, 금융 등으로 순환할 수 있지만, Mag 7을 팔고 이들을 사겠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Mag 7을 팔면 세금을 내야 하며, 그렇게 해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가 3분의 1을 차지하는 러셀2000 지수를 사는 것은 삼키기 어려운 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와 관련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지난주처럼 또다시 흔들린다면 시장에 매우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으며 5월이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2.5%까지 떨어지면서 Fed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주말 사이 1월 소비자물가(CPI) 급등의 핵심 원인인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가 0.56% 상승한 것은 일시적이라는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간단히 말해 1월 OER이 연 7% 증가했는데, 미국 어느 지역이나 어떤 업체 데이터를 봐도 단독주택 렌트 증가율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죠. 골드만은 "우리는 1월 CPI 및 생산자물가(PPI) 강세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1월 물가 변화는 주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경향이 있다. 이를 '1월 효과'라고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5월 첫 금리 인하에 대한 예측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거시경제적 전망에 기인해 골드만삭스의 주식전략팀은 주말 사이 S&P500 지수 목표를 5100에서 5200으로 높였습니다. 금리 인하로 인해 경제가 개선되고, 기업 이익도 애초 기대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근거에서입니다. UBS도 5400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UBS는 ▲추세 수준의 성장과 디스인플레이션의 조합은 위험 자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금리 인하는 여전히 테이블에 남아 있다 ▲투자자 포지셔닝은 올라갔지만 확장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주말 사이 한 행사에서 "Fed가 3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근원 PCE 인플레이션이 3% 아래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타당하다. 기다리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성장을 지나치게 제약해 궁극적으로 더 크고 빠른 인하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예상보다 강한 1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3월 인하를 정당화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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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제는 계속 느려지고 있습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4% 하락한 102.7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 0.3% 하락보다 부진했습니다. 다만 세부 10개 데이터 중 6개가 플러스를 나타내는 등 긍정적 발전도 있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에 기반해 오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2.3%까지 낮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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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실적을 발표한 월마트, 홈디포 둘 다 매출 이익 등 실적은 월가 추정보다 좋았고 배당도 높이기로 했습니다. 다만 올해 가이던스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5개 분기 연속 매출 역성장을 기록한 홈디포는 올해 동일매장 기준 매출이 1% 추가 감소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는 오늘 채권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오후 4시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bp 내린 4.27%, 2년물은 4.2bp 하락한 4.614%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월가의 Fed 금리 인하에 대한 컨센서스는 골드만보다는 보수적입니다. 로이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 104명 중 절반을 넘는 53명이 Fed가 6월에 처음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고, 33명은 5월을 첫 인하 시기로 점쳤습니다. 나머지는 올해 하반기에 첫 인하를 예상했습니다.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나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S&P500 지수는 5000 안팎에 갇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JP모건 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에 답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① 인플레이션 문제는 사라졌나?

JP모건 자산운용은 "1월 CPI는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는 길이 아마도 직선이 아닐 것임을 상기시켰다"면서도 "큰 그림을 보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세 가지 핵심 동인인 노동 시장, 주거비, 공급망은 각각 여전히 긍정적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죠.

②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촉발할까?

JP모건 자산운용은 홍해 혼란은 무역선들을 아프리카로 우회하게 만들어 무역을 어렵게 만들 뿐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운송비 상승을 부르고 있지만, 물류비는 여전히 2020년 최고치보다 60% 이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상품은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의 약 3분의 1만을 차지하며, 그중 약 3분의 1만이 수입품이고 특히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화물의 4%만 미국으로 온다고 분석했습니다.

③ 미국 경제가 탄탄한데, Fed가 금리를 인하할까?

JP모건 자산운용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실질 금리가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이 같은 수준의 제약성을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함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Fed는 인플레이션 재가속 위험과 과도한 긴축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자신들은 올해 125bp의 금리 인하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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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주가는 이미 크게 올랐는데, 기다려야 하나?

JP모건 자산운용은 "미국 주식은 불과 몇 달 만에 20% 이상 올라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역사를 보면 지수가 사상 최고치일 때 투자하면 확실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1970년부터 지난 50여 년 동안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올랐을 때 1년 후 지수가 상승했을 확률은 70%가 넘고 평균 수익률은 9.4%에 달했다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미 증시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 9.0%보다 높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