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앞두고 코코아 사상 최고치…초콜릿 가격도 오를까 [원자재 포커스]
엘니뇨에 주산지 코코아 수확량 급감...올해만 40% 올라
초콜릿 제조업체 수익성 악화에 가격 인상 가능성도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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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주 생산지인 서아프리카에서 이상 기후로 코코아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글로벌 코코아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초콜릿 등 식품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코코아 3월물 가격은 t(톤)당 4778파운드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뉴욕 코코아 3월물 선물 가격도 비슷한 추세다. 9일에는 사상 최고 가격인 t당 5888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올해 들어서만 40% 넘게 상승한 가격이다.
런던 코코아 선물 가격(자료=인베스팅닷컴)
런던 코코아 선물 가격(자료=인베스팅닷컴)
라보뱅크의 코코아 애널리스트 폴 줄스는 “코코아 가격이 연초부터 엄청난 랠리를 벌여왔다”며 “이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10일 전했다. 그는 작년 말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으로 인해 코코아 가격의 정상 범위가 더 높은 가격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생산량 급감 원인으로 엘니뇨 현상을 지목했다. 엘니뇨로 인해 강우 패턴이 바뀌었고 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코코아나무가 성장기 초기에 높은 기온과 폭우를 마주하면 ‘검은 꼬투리병’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국제 코코아 기구는 지난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검은꼬투리병과 부종싹바이러스가 코코아 작물 공급에 피해를 준다고 언급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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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코코아콩의 약 70%를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엘니뇨의 직격타를 맞았다. CNN에 따르면 클라이밋에이아이의 농업경제학자 사비 이바라 게레로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가 최대 30%의 생산량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레이더들은 코코아 글로벌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코아 공급 경색으로 투기 세력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원자래 리서치업체 민텍의 앤드류 모리아티 매니저는 “이번 주 런던의 대규모 거래량은 새로운 관리 자금이 시장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투기꾼들이 가격을 끌어올려 코코아 생산자들이 공매도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초콜릿 제조업체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허쉬의 최고 경영자(CEO) 미셸 벅은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역사적인 코코아 가격이 올해 수익 성장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허쉬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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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농업협동조합은행 코뱅크의 식음료 부문 수석 경제학자 빌리 로버츠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초콜릿 소매 가격이 지난 2년간 약 17% 올랐고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CNN에 "코코아 가격이 초콜릿 제조업체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러한 압박이 조만간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당장 제품 가격 인상으로 번지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줄스 애널리스트는 “많은 초콜릿 회사들이 지난해 높은 가격을 감내하면서 물량을 비축했다”면서도 “코코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제조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