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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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역내 탄소중립 산업 역량을 대폭 키우기 위해 마련한 ‘탄소중립산업법’(NZIA)이 발효 전 최종 관문을 넘었다. NZIA는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도입해 친환경 산업 관련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는 데 대항해 EU가 추진 중인 법안으로, ‘유럽판 IRA’로 불린다.

올해 상반기 EU 의장국을 맡고 있는 벨기에 정부는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X를 통해 “NZIA에 관한 EU 이사회와 유럽의회, EU 집행위원회 간 3자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고 밝혔다. 형식적 절차인 유럽의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관보에 게재된 후 이르면 올해 말께 발효될 전망이다. 최종 합의안 전문은 관보 게재 이후 확인할 수 있다.

크리스티안 엘러 유럽의회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IRA에 대해 유럽이 처음으로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움직임”이라며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10%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ZIA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연료전지, 히트펌프, 탄소포집 등 청정 기술 관련 제품의 역내 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유럽 기업들을 미국과 중국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업계 리더’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원자력 발전 기술인 핵분열·융합, 지속가능항공연료(SAF) 등 ‘전략적 탄소중립 기술’로 지정된 분야에 18개월 이내 패스트트랙 허가, 보조금 지급 요건 완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공공조달 입찰 과정에선 EU 역외 국가 제품 비중이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환경 기준 준수 여부도 꼼꼼히 따져 보겠다는 방침이다.

목표 달성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태양광이다. EU 역내 제조업체들이 전체 패널 공급량에서 담당하는 비중은 3%에도 못 미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에 공급되는 태양광 제품의 80%가 중국에서 나온다.

NZIA가 미국의 IRA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현재 EU 관련 업계에선 IRA에 기반해 공급되는 3690억달러어치의 청정 기술 관련 보조금이 EU 기업들을 대거 미국으로 유인할 거란 우려가 거세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IRA에 대항할 만큼 많은 보조금이 조성되지 못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는 “EU 기업들의 역내 생산을 촉진하고 EU 차원의 다양한 기금을 유연하게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면서도 “(미래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출시된) 유럽주권펀드(European Sovereignty Fund)부터 좌초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