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본사의 애플스토어. 비전프로를 사거나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애플 본사의 애플스토어. 비전프로를 사거나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의 애플스토어. 오전 8시 전부터 매장 앞에 수십명의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출시되는 확장현실(XR) 헤드셋 비전프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었다. 이날 출시일을 맞아 애플스토어는 개점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전 8시로 앞당겼다. 매장 밖에는 선착순으로 비전프로를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매장 안에는 사전 주문을 통해 구매한 사람들이 차례대로 제품을 받아 착용해보고 있었다.
애플 비전프로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애플 비전프로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이곳 매장을 찾아와 새로 출시된 비전프로를 구경했다. 비전프로는 2015년 애플이 애플워치를 내놓은 후 9년 만에 출시한 새 폼팩터(하드웨어 기기)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XR 시장은 아직 대중화까지 이르지 못했다. 일찌감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메타의 XR 헤드셋 퀘스트3가 시장을 홀로 이끌어왔다. 이번에 비전프로가 출시되면서 이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 비전프로를 살펴보는 소비자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애플 비전프로를 살펴보는 소비자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이날 비전프로를 사거나 구경하기 위한 인파가 몰려들 것을 우려해 경찰차 3대도 매장 앞에 지원을 나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진 않아,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판매가 이뤄졌다. 매장에서 만난 한 스벤은 “사전 주문했고, 가능한 한 빨리 만나보고 싶어 아침부터 서둘러 왔다”며 “애플이 몇 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인 만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에선 사전 예약자를 대상으로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개점 후 1시간 정도가 지나자 당일 예약 체험자가 일찌감치 마감됐다. 매장 중앙 의자에 앉아 체험을 해본 사람들은 헤드셋을 쓴 채로 손을 움직이며 기능을 조작해봤다. 화면 곳곳을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연신 돌려보고, 멋진 장면이 펼쳐지면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다.
애플 비전프로를 체험해보는 소비자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애플 비전프로를 체험해보는 소비자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이날 비전프로를 체험한 박형석씨는 “메타 퀘스트3도 사용해봤는데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경험을 했다”며 “몰입감, 공간감, 화질,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감각까지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헤드셋의 무게가 무겁다고 해 걱정했는데 그렇게 부담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고글 형태이기 때문에 시야 끝부분에서 물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는 느낌이 들었고, 패스스루 기능을 사용할 때는 그래픽 색감이 번지는 듯 한 점이 아쉬웠다”며 “이제 1세대 모델이 나온 것이니 앞으로 더 기능이 개선되면 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비전프로를 구매한 신디는 “비전프로를 구매한 뒤 친구들에게 언팩 영상을 보내 자랑하고 있다”며 “무게감이 있는 것은 맞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3500달러라는 가격 때문에 구매가 망설여지기도 했다”며 “구매할 때 전용 가방도 필요할 거 같아서 추가로 200달러를 주고 샀다. 액세서리 가격도 비싸다”고 고개를 저었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사진 : 최진석 특파원
업계에 따르면 비전프로의 사전 주문량은 20만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올해 40만~50만대 정도의 비전프로를 판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소비자 반응에 따라 비전프로 판매량이 달라질 것을 보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비전프로 출시일을 맞아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애플스토어를 방문했다. 그는 “비전프로는 오늘 만나볼 수 있는 내일의 기술”이라며 “가치를 생각하면 우리는 적절히 가격을 책정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