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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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포스트 코로나에도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징계 사유가 된다"며 초강수를 뒀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재택근무를 폭넓게 허용했던 분위기에서 급반전한 배경에는 은행권의 대규모 감원 물결이 있다는 분석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한 BoA 직원이 최근 온라인에 공개한 회사 측 메시지에는 "귀하는 그동안 거듭된 요청 공지에도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며 "이 통지일로부터 2주 이내에 출근하지 않을 경우 추가 징계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겼다. BoA는 사내 '직장 우수성 지침(Workplace Excellence Guideline)'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은행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방침을 해제한 대표 업종 중 하나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은 작년 4월 "모든 고위급 관리자들은 최소 주3일 사무실을 지켜야 한다"고 통보했다. 씨티그룹 역시 지난해 여름부터 모든 직원들의 주3일 출근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하이브리드 근무 시스템은 유지돼 왔다. 타이트한 미국 고용시장 속에서 은행끼리 우수 인력 쟁탈전이 치열해지자 재택근무를 인센티브의 일종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인력 컨설팅 기업 스쿱(Scoop) 자료에 의하면 2023년 말 기준 대형 금융사의 82%가 재택근무를 일부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날 알려진 BoA의 초강수는 금융업계 전반으로 퍼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 인상과 투자은행 부문 수수료 급감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함에 따라 최근 금융권에서 대규모 해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DHR 글로벌의 잔느 브란트오버 글로벌 금융 실무 책임자는 "이런 경고 메시지는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올초부터 모든 은행들이 사무실 근무 일수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회사들도 BoA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은 1년 전만큼 인재를 잃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