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장기간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처인 중국 국채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증시 죽쑤자 채권에 뭉칫돈…中 국채 금리 20년 만에 최저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장기 국채 금리가 약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중국 국채 선물 가격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중국 국채 30년 만기 금리는 2.745%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글로벌 펀드에서 중국 국채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투자자들이 국채 시장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증시 부양을 위해 2조3000억위안(약 428조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개선하지 않은 채 인위적인 부양책을 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양하오 난징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주식 시장에서 손실이 커지면서 투자자 사이에선 극도의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며 “피난처로 여겨지는 국채 상품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데이터 분석회사 Z벤어드바이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채권형 펀드는 주식형 펀드보다 13배 많은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4분기 중국 채권형 펀드의 신규 자금조달액은 2022년 중반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주식형 펀드 신규 자금 규모는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웨이펑링 펑양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투자자는 주로 장기 채권 매수 포지션을 통해 중국 당국의 추가 유동성 완화에 대한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10년 만기 중국 국채 금리도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 국채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국 본토와 홍콩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6조달러(약 8025조원)에 달한다. 항셍지수는 최근 1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중국 대표 주가지수인 CSI300도 최근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 증시 부진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부채 문제, 노동 인구 감소 등 중국 경제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쉬용빈 요산(友山)투자그룹 투자 책임자는 “중국 증시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보다 안전성을 선호하고 있어 당분간 중국 국채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