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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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리더십과 정치적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ECB 노동조합 입소(Ipso)의 내부 설문조사 결과를 입수해 "라가르드 총재의 성과가 '매우 나쁘다'거나 '나쁘다'는 응답률이 절반을 넘어섰다"며 "이는 8년 임기 가운데 절반 가량 남은 ECB 총재로서 향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통화정책을 이끄는 과정이 험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Ipso는 경제학자 등 내부 직원 총 5089명 가운데 1159명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직원들은 "라가르드 총재의 외부 활동이 ECB의 핵심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안에 '눈에 띄게 더' 집중돼 있다"고 비난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정치에 너무 자주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유럽에 명백한 위협이 된다"고 말하는 등 정치적 발언을 지속한다는 지적이다.

응답자의 60%는 "총재뿐만 아니라 집행 이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거나 전혀 없다"고 답했다. 1년 전 동일한 조사에서 40%였던 해당 응답률은 2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또한 "라가르드 총재가 통화정책 주제에서 보이는 기술관료주의적(technocratic) 역량이 이전의 두 총재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비(非)경제학자인 라가르드 총재의 출신을 거론한 것이다. FT는 "라가르드 총재의 전임자였던 마리오 드라기는 임기가 끝날 무렵에도 9%에 불과한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것과 비교된다"고 전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전의 장 클로드 트리셰 전 ECB 총재도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받은 부정적 평가 비율이 14.5% 가량이었다.

이와 관련해 ECB 직원들의 실질임금이 깎인 데서 비롯된 불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CB는 유로존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8.4%에 달했던 2022년 직원들의 임금을 4% 올리는 데 그쳤다. ECB는 최근엔 직원들에게 4.7%의 임금 인상안을 제안했는데, 이 역시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5.4%)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