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100일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향해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할 것을 압박했다. 하마스가 통치 중인 가자지구에 대해 이스라엘이 공격 강도를 낮출 적절한 시기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4일(현지시간)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이스라엘과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은 일부 병력을 철수하거나 전투의 공습 의존도를 조금씩 낮추는 등 몇 가지 사전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하마스 지도부에 압력을 가한 만큼 다음 단계는 더 낮은 강도의 작전, 더 정밀하고 적은 횟수의 표적 공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인질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카타르, 이집트, 이스라엘과 긴밀히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이날로 100일째를 맞았지만 거센 공습과 총격전이 지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 인명 피해가 2만4000명에 육박하고, 100명이 넘는 인질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미국이 군사작전 강도를 낮추라고 거듭 압박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 모두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날도 이스라엘 전차와 전투기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와 중부 알부레이지, 알마가지 등지의 목표물을 공격했다.

가자지구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북부 국경과 홍해 등지에서도 일촉즉발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ABC뉴스는 “이란과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의 개입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관련국 지도자들의 이견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한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 헤이그도, 악의 축도, 다른 누구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전쟁 지속 의지를 나타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