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16조 대형 M&A…대체투자 부문 '큰손' 된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록이 15년 만에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영국 런던 개트윅공항 지분 등을 소유한 사회간접자본(SOC) 전문 PEF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GIP)를 125억달러(약 16조4000억원)에 사들이면서 대체 투자 비중을 대폭 늘린 것이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블랙록은 현금 30억달러와 약 95억달러(11일 종가 기준)어치의 자사주 1200만주를 GIP 최대 주주들에게 인수 대금으로 지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IP는 6명의 창업자가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번 거래를 통해 블랙록의 두 번째 대주주로 올라섰다. 아데바요 오군레시 회장을 포함한 5명이 블랙록 이사회에 합류, 이 회사의 인프라 투자 부문을 이끌게 됐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블랙록은 500억달러 규모로 운영돼 오던 기존 인프라 팀과 GIP 인사들을 결합해 별도의 인프라 투자 사업 부문을 만들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SOC 부문에서 1500억달러(약 197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맥쿼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인프라 사업부가 탄생하게 될 거란 전망이다. 현재 블랙록의 전체 운용자산(AUM)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다. WSJ는 “이번 M&A로 블랙록의 사모 자산이 약 30% 늘어나고, 관리 수수료도 두 배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번 M&A는 2009년 블랙록이 바클레이즈의 자산운용 부문인 바클레이즈글로벌인베스터를 사들인 이후 최대 규모다. 인수 절차는 오는 2~3분기 중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여러 구조적 변화가 세계 경제를 재편하고 있으며, 인프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투자 기회 중 하나”라며 “정책입안자들은 새로운 인프라 기술과 관련 프로젝트에 대해 한 세대에 한 번 있을법한 금전적 인센티브를 이제 막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료=블룸버그통신
자료=블룸버그통신
핑크 회장은 대체 투자 부문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작년 9월부터 GIP 측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1980년대 크레디트스위스(CS)에 몸담고 있을 때부터 오군레시 회장과 인연이 있었다고 한다. 오군레시 회장은 “우리는 세계 최고의 인프라 투자 회사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GIP는 개트윅 공항, 호주 시드니 공항과 멜버른 항구, 프랑스 환경기업 수에즈를 포함해 청정에너지와 셰일오일 등 부문에서 대량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약 1060억달러(약 139조4000억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GIP가 “대체 투자 업계에서 오랜 기간 최고의 플랫폼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고 전했다.

같은 날 블랙록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AUM 규모가 10조달러(약 1경3155조원)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2021년 4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주당순이익(EPS)은 9.15달러로,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8.73달러)를 웃돌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 41.6% 증가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