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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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 경기회복에 베팅하며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10분의9 가량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홍콩의 스톡커넥트 데이터(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내역)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 상장사 주식에 대한 외국인 순투자액은 올해 8월 2350억위안(약 42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최근 87% 급감해 307억위안으로 쪼그라들었다. 8월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 가든의 채무불이행 사태로 중국 부동산 부문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증시 호재로 작용할 만한 일들이 잇따랐다. 몇 주 간 긍정적인 거시 경제 지표가 발표됐고, 그간 중국 경제에 압박이 됐던 미중 갈등 국면은 1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해빙 무드로 바뀌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예금 이자율 인하 등으로 성장 둔화에 대비해 금융 시스템의 완충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 들어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CSI 300 지수는 3% 이상 하락해 동기간 S&P 500 지수가 4.7% 상승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12월 한달 간 중국 상장 주식의 외국인 순매도는 약 260억위안에 달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은 중국 당국의 주가 부양 압박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상장사들의 잇단 자사주 매입, 중국 투자 펀드 및 국영 금융기관의 대규모 주식 매입 등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FT는 "외국인 매도세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 교차매매가 시행된 2015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의 연간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로 한해를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콩 UOB케이하이안의 왕 치 자산관리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부동산 부문의 위기가 핵심이긴 하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문제가 가장 크다"며 "소비자 신뢰, 기업 신뢰, 국내외 투자자 신뢰가 모두 좋지 않다"고 말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내티시스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지표는 점점 좋아지고 전반적인 환경도 중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최근의 외국인 이탈 추세는 투자자들이 (주관적으로) '중국 증시에 상승 여력이 없다'며 포기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