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흑연 등 주요 광물에 이어 ‘희토류 가공 기술’을 수출 금지 목록에 포함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기술 수출 통제에 맞서 ‘자원 무기화’ 조치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1일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목록’을 새롭게 발표하면서 희토류의 채굴·선광·정련 기술을 수출 금지 목록에 추가했다. 희토류를 추출하고 분류하는 기술의 수출을 금지한다는 의미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 터빈 등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 데 필수로 쓰이는 17개 희소 금속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를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규제 목록에 포함한 제련 규모까지 합하면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 통제에 대한 맞불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세계 주요 국가가 별도의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시도하는 것에 대응하는 성격도 있다.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수입 최대 상대국은 모두 미국이었다.

희토류는 추출·정련·가공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중국 외 대부분 국가는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장기간 시설과 기술을 축적하면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게 됐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당장 세계 공급망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아직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희토류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을 비공식적으로 제한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희토류 선적 자체엔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중국 외 지역에서 해당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가로막는 시도”라고 논평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신정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