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전년比 40% 급등한 계란…연쇄 가격 상승 촉발하나 [원자재 포커스]
러시아에서 계란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연쇄 가격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 정부가 세계 각국에서 달걀 수입을 대폭 늘리는 등 후속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달걀 12개 묶음 가격은 전날보다 0.20달러(+12.42%) 오른 1.81달러에 거래됐다. 2022년 12월 5달러대를 찍은 이후 올해 상반기 급감했던 달걀 가격은 하반기 들어 반등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달걀 값 폭등에 대해 사과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사진=T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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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계란 가격은 전년 대비 40.3% 상승했다. 닭고기 가격도 29.3% 올랐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한 기자회견에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독 계란 가격의 상승이 가파르다"고 시인하며 "사과한다. 정부 업무의 실패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 직후 몇 시간 만에 러시아 농업부는 계란에 부과하는 수입관세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우호국들로부터 달걀 수입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들은 발표 직후 계란값의 폭등세를 낮추는 데 일부 기여했지만, 금세 더 가파른 상승폭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한 주 동안 계란 가격은 전주 대비 4.6% 이상 상승한 것으로 추산됐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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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당국은 추가 조치에 나서고 있다. 내년 3월에 있을 푸틴 대통령의 5번째 연임을 앞두고 민심 달래기가 우선과제가 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러시아 연방 반독점청은 최근 키로프 등 일부 지역의 달걀 생산업체들을 상대로 "도매 가격을 지나치게 올려 폭리를 취하고 경쟁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홍콩 매체 BNN뉴스는 "달걀 가격 폭등 문제는 러시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며 미국과 방글라데시 등의 최근 추세를 보도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최신 생산자물가지수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달걀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58.8% 급등했다. 이에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가격 폭리 혐의에 관해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조사를 의뢰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계란 가격이 최근 일주일 새 20% 넘게 올라 계란 12개 묶음 가격이 닭고기 1㎏과 같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