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카르텔 붕괴 조짐"…앙골라 OPEC 탈퇴에 4거래일만 하락 [오늘의 유가]
홍해에서의 물류 대란 우려로 이달 들어 최고치까지 올랐던 국제유가가 4거래일 만에 방향을 틀었다. 앙골라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로 글로벌 ‘석유 카르텔’의 붕괴 조짐이 나타나면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내년 2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33센트(0.4%) 내린 배럴당 73.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브렌트유 2월물 역시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31센트(0.4%) 하락한 79.39달러에 장을 닫았다.

두 유종 선물은 홍해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3거래일 연속 오르다 이날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석유 카르텔 붕괴 조짐"…앙골라 OPEC 탈퇴에 4거래일만 하락 [오늘의 유가]
아프리카의 산유국 앙골라가 OPEC 탈퇴를 선언하면서 원유 시장에서의 투자 심리가 악화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디아만티노 아제베노 앙골라 석유장관은 이날 “OPEC 회원국 지위가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탈퇴 방침을 밝혔다. 2007년 가입 이후 17년 만이다. 앙골라가 빠지면 OPEC 회원국 수는 12개로 줄어들게 된다.

앙골라는 지난 11월 회의에서 OPEC이 유가 부양을 위해 자국과 나이지리아 등의 내년 생산량 목표치를 하향한 데 대해 반발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 사이의 균열은 이미 지난 6월부터 감지되고 있었다. 앙골라의 원유 생산량은 유전 노후화 등으로 지난 8년간 40%가량 쪼그라든 상태다. 투자 유치 등을 위해선 원유 생산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주앙 로렌코 정부의 판단이다.

해운 정보 제공업체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분석가는 “앙골라는 OPEC 내에서도 가장 생산량이 적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량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OPEC의 응집력과 방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OPEC은 국제유가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려는 싸움에서 지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석유 카르텔 붕괴 조짐"…앙골라 OPEC 탈퇴에 4거래일만 하락 [오늘의 유가]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분석가도 “앙골라가 석유 생산량 쿼터를 늘릴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짚은 뒤 “OPEC이 미국, 그리고 OPEC 외 국가들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며 긴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앙골라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110만배럴이다. OPEC 전체의 생산량인 2800만배럴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며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 나가는 추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에서 하루 1330만배럴의 원유가 생산됐다고 발표했다. 직전 최고치인 1320만배럴을 재차 경신한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가이아나, 브라질 등에서도 줄줄이 원유 생산이 호황에 들어서며 국제유가는 2020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기준 내림세를 보였다.
"석유 카르텔 붕괴 조짐"…앙골라 OPEC 탈퇴에 4거래일만 하락 [오늘의 유가]
마타도어이코노믹스의 팀 스나이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퍼미안 분지를 포함한 전역에서 원유 생산을 늘려나갈 태세”라며 “이는 유가 상승분을 덜어내는 힘으로 작용하면서 사우디와 러시아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해에서의 긴장감은 여전히 유가를 움직이는 변수로 거론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을 지나는 민간 선박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의 무력 공격 위협이 커지면서 100척 이상의 컨테이너선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둘러 가는 우회로를 택했다. 다국적 연합군을 결성한 미국은 군사적 대응보다는 외교적 해결책에 초점을 두고 대응 방침을 저울질하고 있다.

PVM오일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연합군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기 전까지 홍해 사태는 원유 트레이더들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문회사 더프앤펠프스의 로드니 클레이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오늘날 만연한 지정학적 갈등은 유가가 상승 편향을 띠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