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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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에서 생명공학 관련 종목들이 1년 만에 반등하고 있다. ‘팬데믹 랠리’ 이후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 기업의 주가는 폭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다 최근 미 중앙은행(Fed)이 ‘긴축 종료’ 신호탄을 쏘자 최대 수혜주로 재평가되고 있는 모습이다.

S&P500지수 편입 종목 중 바이오테크주들을 별도로 묶어 산출한 지수(S&P Biotechnology Select Industry Index)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13.55% 올랐다. 2021년 초 정점을 찍었던 이 지수는 지난 2년간 하락세를 거듭해 오다 최근 들어 반등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2020~2021년 20% 이상 폭락했던 바이오테크 종목들이 지난달 초 이후 25% 이상 급등했다”고 전했다.

미 자산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의 헬스케어 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앤디 애커는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성장 초기 단계 기업들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말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낮아진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상황”이라며 “거의 죽은 채로 방치돼 있던 기업들의 잔해 속에서 옥석을 찾아내려는 탐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붐' 이후 잊혀졌던 바이오테크주, 저금리 수혜주로 급부상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해당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미 시장조사업체 리링크파트너스의 라훌 초드리 헬스케어 주식 책임자는 “비록 지금은 낙관론이 태동하는 단계지만, 내년의 저금리 환경이 헬스케어 산업을 부양할 거란 기대감은 분명히 있다”며 “더 많은 기업이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것이며, 3년간 떠나있던 일반 투자자들도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전망이 가능한 이유는 그간 이 산업을 짓눌러 왔던 주요인이 고금리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2021년 다수의 신약 개발 스타트업들이 증시에 입성했다. 충분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새싹 기업들이 큰 어려움 없이 상장될 수 있었던 건 당시 의약품 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20~2021년 미국에서만 250개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2년 초부터 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전례 없는 긴축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서 생명공학 산업의 자금난이 시작됐다. 올해 이 섹터에서의 IPO 건수는 24건으로 줄어들었다. 초드리 책임자는 “솔직히 말하자면 (2020~2021년에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이 상장한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헬스케어 부문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시부타니는 “거시경제학적 요인이 다년간에 걸쳐 시장에 이 정도의 영향을 미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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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백신 개발 붐’을 타고 급성장했던 모더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타격이 컸다. 올해 들어 백신 수요가 급감하면서 모더나 주가는 50% 이상 고꾸라졌다. 화이자 역시 암울한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9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최근 의약품 시장의 주요 테마로 떠오른 ‘비만 치료제’ 개발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미국 알티뮨은 치료제 임상 도중 일부 환자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 이후 단 하루 만에 시총 절반이 증발했다.

다만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부타니 애널리스트는 “약가 개혁, 대선 등이 여전히 도전 요소”라고 짚었다. S&P 바이오테크 지수는 2021년 고점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5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야누스헨더슨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 세계에서 232개의 생명과학 기업의 시가총액이 현금 보유량을 밑돌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