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사진=REUTERS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흥국 채권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며 채권 가격의 상승 여력이 생겼고, 미국 중앙은행(Fed)도 내년 금리를 인하하며 달러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올 들어 중남미 현지 통화 국채가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24%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달러 표시 채권은 같은 기간 10% 올랐다. 이 기간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채권은 0.4% 감소했다. 아시아 국채는 2.4% 올랐다.

블룸버그는 “콜롬비아와 멕시코 페소가 올해 신흥국 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통화”라며 “반면 터키 리라화와 러시아 루블화,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는 올해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중남미 중앙은행들은 Fed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이미 인하 수순을 밟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021년 3월 금리 인상을 시작해 2.0%였던 지난해 8월 13.75%까지 올렸다. 이후 지난 8월 피벗(정책 전환)을 단행했고, 지난달 금리를 12.25%까지 내렸다.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는 50bp(1bp=0.01%) 인하 전망이 유력하다. 페루와 우루과이 중앙은행도 Fed보다 앞서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주요 자산운용사들도 신흥국 현지 통화 채권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핌코는 내년 신흥국 채권의 수익률이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Fed가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신흥국 통화의 상대적인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핌코의 신흥국 채권 책임자 프라몰 다완은 신흥국 채권을 내년 최선호 투자 종목으로 추천했다. 그는 “신흥국 현지 통화 및 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한 해 동안 동종 펀드 95%를 웃돌았다”며 “지금이 더 강세”라고 말했다.

브라질 은행 이타우 유니방코 홀딩스의 중남미 채권 책임자 리카르도 나바로는 “Fed의 금리 인하가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투자자들이 신흥국 현지 통화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본토벨자산운용의 자금 매니저 티에리 라로세는 중남미 외 다른 지역 채권에도 투자 기회가 있다고 봤다. 그는 “내년에 터키 채권 펀드가 오를 수 있다”며 “터키의 새 경제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명확하고 실용적으로 이를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변동 가능성은 있다. 지난주 미 노동부는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9만9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9만명을 웃돌았다. 블룸버그는 “미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트레이더들이 Fed가 내년 공격적으로 통화완화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를 낮췄다”고 평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