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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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항공사들이 미국 보잉사 등에 100여대 항공기를 주문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항공산업의 성장세에 대한 베팅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미레이트항공은 13일(현지시간 ) 개막한 두바이 에어쇼에서 보잉 777X 항공기 90대를 주문했다. 주문 규모는 정가 기준 520억달러에 달한다. 에미레이트항공의 저가 자매 항공사인 플라이두바이는 "총 110억달러에 이르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 30대를 산다"고 밝혔다. 플라이두바이의 첫 중장거리 비행기가 될 전망이다. 미국 보잉사는 요르단항공으로부터도 787라인을 수주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으로 인해 이 지역의 항공 여행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 데이터 제공업체 포워드키즈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13%를 웃돌았던 중동행 항공편 예약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3주사이에 13% 이하로 감소했다. 중동 지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매출 규모는 10%포인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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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항공업계에서 중장거리용 대형 항공기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동지역이 국제 환승 허브로 확장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보잉은 향후 20년 동안 중장거리용 대형 항공기 비중이 중동지역 전체 항공기의 45%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수요처가 될 전망이다. 보잉사는 "오는 2042년까지 중동 지역에 1350대의 중장거리용 항공기(와이드바디)를 포함해 3025대의 신규 상용 항공기를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공 컨설턴트인 에드먼드 로즈는 "걸프만 대형 항공사들은 슈퍼커넥터 모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바탕으로 수요를 계속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중동 항공사들은 2025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용 능력의 11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이미 중동 항공사들의 수익성은 승객 1인당 순이익 9.41달러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유럽 항공사들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