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4% 급락하며 80달러 아래로…하마스 공격 후 최저 [오늘의 유가]
中지표 부진 속 브렌트유 4.2% 급락
원유 공급 과잉 우려 커져

국제유가가 4% 넘게 폭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유가는 치솟았지만, 최근 공급 과잉 우려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45달러(4.3%) 급락한 77.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률은 지난달 4일 이후 최대로, 이날 종가는 7월 21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같은 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은 전날보다 3.57달러(4.2%) 하락한 81.61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84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건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한주간 6% 하락했다가 전날 소폭 반등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하락했다. 유가는 지난 7거래일 중에서 5거래일 하락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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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는 경제 지표 부진 속에 연말 원유 공급이 과잉 상태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에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달러 강세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날 발표된 중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에 못 미치면서 원유 수요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원유 업계의 큰손이다.

중국 관세청(해관총서)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달러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 시장에선 수출이 3.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수요 위축으로 중국의 수출액은 지난 5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중국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3.0% 증가했다. 전달 6.2% 줄었던 데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의 원유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2% 증가했으나 '제로코로나' 당시와 비교해 기저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유가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씨티인덱스의 피오나 신코타 애널리스트는 "이 지표는 중국 최대 수출 대상국인 서방의 수요 부진으로 인해 중국 경제 전망이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WTI 4% 급락하며 80달러 아래로…하마스 공격 후 최저 [오늘의 유가]
미국에서도 원유 소비가 줄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월간 보고서에서 미국의 총 석유 소비량이 올해 3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0만배럴 증가할 것이라는 직전의 예측을 뒤집는 것이다.

EIA의 조 드캐롤리스 국장은 "미국 운전자들은 매일 출퇴근하지 않는데다 최근 효율적인 가솔린 연료 차량과 전기자동차가 도로에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추세 속에 높은 휘발유 가격 및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운전자들이 휘발유를 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원유 공급은 늘어나고 있다.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수출이 8월 저점 이후 하루 약 100만배럴 증가했다" 며 "석유 소비국이 흡수하기에는 공급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달러인덱스가 최근 저점에서 반등한 점도 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기조를 끝낼 것이라는 기대가 약화하면서다.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한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