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럽 경제 지표 부진에 유가도 시들
로이터 "내년도 배럴당 90달러 이하"
중동 불안에도 주요국 경제 지표 부진에 하락한 유가 [오늘의 유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연일 불안한 중동 정세에도 국제 유가는 중국과 유럽 등지의 경제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하락했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9달러(1.57%) 떨어진 배럴당 81.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하락률은 5.28%에 달한다. 이날 종가는 지난 8월 2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지정학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이달에만 10.76% 하락했다. 12월물 브렌트유 역시 전장보다 4센트 하락한 배럴당 87.4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중동 불안에도 주요국 경제 지표 부진에 하락한 유가 [오늘의 유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은 심화되고 있으나, 해당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지 않으면서 원유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이날 중국과 유럽의 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것이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10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제조업 경기가 다시 위축 국면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제조업 PMI는 49.5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전월치인 50.2를 모두 밑도는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1%를 기록해 역성장했다. 유로존의 GDP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유로존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2.9%로 잠정 집계돼 전월의 4.3%에서 크게 둔화했다. 이날 수치는 2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지표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금리 인상)이 종결될 가능성을 높였다.
중동 불안에도 주요국 경제 지표 부진에 하락한 유가 [오늘의 유가]
원유 공급은 늘어나고 있다. 미 에너지 정보청(EIA)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8월 원유 생산은 역대 최대인 하루 1305만 배럴을 기록했다. 맥쿼리의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유가에 대해 약세 관점을 유지한다"면서도 "중동 갈등과 관련한 상승 위험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시티 인덱스의 피오나 신코타 수석 금융시장 분석가는 "아직 잠잠하기는 해도 지상전이 심화되면서 이란의 개입 위험이 높아지면 공급 경색 우려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ING의 워런 패터슨은 보고서에서 "가장 큰 우려는 이란산 원유를 둘러싼 문제"라며 "미국이 이란 수출에 대한 제재를 더 엄격하게 시행할 경우 하루 최대 100만 배럴의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 국면처럼 해당 지역에 실질적인 공급 차질이 없는 상황에서는 유가가 지속해서 상방 압력을 받긴 어렵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진행한 전문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계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올해와 내년 모두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 이하에 고정될 것이란 응답률이 높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