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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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3일(현지시간)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했다. 지난 20일 미국인 인질 2명을 풀어준 데 이어 사흘 만이다.

그러나 대규모 인질을 석방하는 협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요구 조건이 달라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인질 석방과 지상군 투입 시기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스라엘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카타르와 이집트 중재에 따라 70대와 80대인 이스라엘 여성 2명을 석방했다.

하마스 대변인은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두 사람은 가자지구 인근 니르 오즈 키부츠 주민들로 고령인 점을 고려해 석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풀려난 두 여성의 남편들은 여전히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가 인질을 추가로 석방했지만 연료 공급 조건을 두고 50명의 인질 석방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에는 지난 21일부터 이집트와의 국경인 라파 검문소를 통해 물과 식량, 의약품 등 구호물품이 사흘째 반입됐지만 연료는 제외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며 연료 공급에 반대하고 있다.

하마스는 연료를 먼저 공급받기 위해 인질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인질 석방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이스라엘에 지상전 연기를 압박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지상전 범위나 성격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질 가족들도 이스라엘 정부에 전쟁을 자제하고 인질 석방 협상에 나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하마스는 이달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한 뒤 200명이 넘는 민간인을 인질로 끌고 갔으며 이들은 현재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건설한 지하 터널에 억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인질 가족과 친척 중 일부는 석방 협상이 오래 걸릴 수 있어 이스라엘군이 조속히 가자지구에 들어가 인질들을 찾길 희망하고 있다. 2011년에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던 이스라엘 병사를 구하기 위해 풀어준 팔레스타인 수감자 중 일부는 하마스 대원으로 복귀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전 돌입이 임박하면서 인질 가족들이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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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란에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에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테헤란에서 "미국이 이란에 이번 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공식 메시지를 외교 채널로 두차례 이상 보냈다"고 밝혔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은 "그들은 적대행위가 분쟁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고 이란이 자제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스푸트니크 통신도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이 "미국은 이란에 2가지 메시지를 보냈다"며 "첫째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이 분쟁에서 이란이 자제를 보여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확전을 막기 위해 이란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역(중동)을 불안하게 하는 이란의 행동과 그들이 지역에 가하는 위협에 대해 간과한 적이 없다"며 "최근 미국이 중동 지역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강화하고 군사 자산 투입을 늘린 것은 모두 이란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팔 분쟁 후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호와 아이젠하워호를 동지중해로 이동시키고, 중동 지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는 한편 패트리엇 방공미사일을 추가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2척의 항공모함을 중동 지역에 배치한 것과 관련해 "우리가 항모 전대를 어디로 보낼 때는 우리의 적에게 의도적으로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이란을 겨냥했다. 또 '이란의 대리 세력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미군뿐 아니라 페르시아만의 민간 선박이나 미군 자산을 공격할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